
이 책은 ‘(기린의) 몸속은 틀림없이 재미있는 수수께끼로 가득할 거야’라고 믿은 일본 도쿄(東京)대 1학년 여학생이 기린의 ‘여덟 번째 목뼈(경추·頸椎)’를 찾아내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1989년생인 ‘기린 박사’ 저자는 18세 때 ‘평생 즐거운 일, 힘들어도 계속 즐기며 좋아할 수 있는 것’을 기린에게서 찾았다. 동물원에서 그 동물을 몇 시간이고 볼 수 있었던 어렸을 적 자신을 떠올린 것이다.
크리스마스도 설날도 상관없이 죽은 기린이 왔다고 하면 어김없이 학교 종합연구박물관 작업실이나 인근 박물관으로 달려가 해부용 검은 운동복을 입고 메스를 들었다. 첫 해부 때 ‘근막을 보고 당황해 제대로 해부도 못 하고 침울해’하던 저자는 해부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기린이 좋아지고 연구 주제도 잡게 된다.
기린이 목을 움직일 때 7개의 경추뿐만 아니라 제1흉추(胸椎·등뼈)도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한 그의 논문은 2016년 2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과학학회인 영국왕립협회 학술지에 발표된다.
연구가 결실을 맺을 때까지 저자가 분명히 겪었을 난관들은 투박하고 무구한 글 속으로 살그머니 녹아든다.
‘그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것을 추구하고 싶다는 마음의 하나’로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는 그의 ‘아이 같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다 읽고 나면 담백한 오차즈케를 한 그릇 먹은 느낌이 든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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