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은 도쿄 올림픽을 구할 수 있을까[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이원홍 전문기자 입력 2020-11-27 03:00수정 2020-11-27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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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17일 내년 7월 개막 예정인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을 둘러보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이원홍 전문기자
“일본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되도록 많은 올림픽 참가자들과 관중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전해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발언이다. 바흐 위원장은 15일부터 18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 아베 신조 전 총리 등과 만나고 일본의 주요 경기장을 둘러보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은 16일 일본 측 고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바흐 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말 한국에서 열린 서울평화상 수상식에는 본인이 수상자이면서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에 기여한 공로로 이 상의 수상자로 결정됐다. 서울평화상은 동서 화합에 기여한 1988 서울 올림픽의 정신을 기념해 만들어진 상이다. 바흐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어 한국에 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흐 위원장이 일본행을 강행한 것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더욱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국민들과 여러 올림픽 후원사들에 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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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위원장이 일본에 도착하기 전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알려졌다. IOC에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희소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바흐 위원장의 발언은 미묘한 느낌을 갖게 한다. 먼저, 그가 일본 방문 도중 일본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점을 이해한다. 또한 세계 각국의 인파가 몰려들 경우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감염 파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만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고 전 세계에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함께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표현을 썼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수만 명의 선수와 관계자 및 관중들이 코로나19를 일본에 전파시킬 수도 있지만, 그들 역시 일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 못지않게, 올림픽에 참가하는 누구나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자칫 타국에서 온 올림픽 참가자들만이 감염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일본 국민은 물론 해외에서 오는 올림픽 참가자 및 관중 모두를 위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

올림픽 참가자들이 백신을 맞도록 하겠다는 바흐 위원장의 발언은 강제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IOC는 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바흐 위원장의 말대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을까. AP는 물론 각종 외신들은 선수들이 꼭 백신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빠른 속도로 실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최종 실험이 끝나 유통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고, 백신이 선수 컨디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는 상태인 것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바흐 위원장의 발언 이후 백신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했다. 그러나 아직 백신 실험이 계속 진행되는 중이니까, 구입 및 접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최종 유통 단계 때까지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도핑 관련 전문가는 “아직 백신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에 대한 영향을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아직은 백신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지 아닌지, 안전한지 아닌지 말하기는 이르다. 올림픽 참가자들이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확신을 갖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안전성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물량 확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백신 가격은 몇천 원에서 몇만 원까지 다양하게 논의된다. 가난한 국가들의 경우 선수단의 백신 비용이 부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서 물량 확보 경쟁에 나설 것이 분명한 백신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국가가 나올 수 있고 이런 국가의 선수들을 어떻게 참가시키느냐도 논의해야 한다. 또 백신만으로 올림픽을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남는다. 백신 개발이 올림픽 개최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 뒤에도 풀어야 할 난제는 많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도쿄올림픽#코로나19#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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