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마라도나[횡설수설/송평인]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20-11-27 03:00수정 2020-11-27 06:24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펠레와 마라도나 중 누가 더 뛰어날까. 답하기 어렵다. 다만 펠레는 TV 축구중계가 활발하지 않던 시대에, 마라도나는 활발해진 시대에 살았다는 차이가 있다. 펠레의 뛰어남은 당대의 선수나 관중의 전언을 통해 주로 알려질 뿐이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전 세계의 축구팬들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신기(神技)에 가까운 기술을 직접 보여줬다.

▷1986년 월드컵의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8강전, 후반 6분경 마라도나는 머리 위로 손을 치켜들어 골을 넣었다. 심판이 반칙을 알아차리지 못해 득점으로 인정됐다. 야유가 쏟아졌으나 마라도나는 3분 뒤 이를 깨끗이 잠재우는 골을 넣었다. 중앙선 부근에서 시작한 단독 드리블로 잉글랜드 골키퍼까지 6명을 제치고 골을 넣은 것이다. 2 대 1 승리로 경기가 끝난 뒤 마라도나는 핸드볼 반칙 골은 신의 손이 약간 작용해 만들어낸 골이라고 말했다. 포클랜드 전쟁으로 반영(反英) 감정을 갖고 있는 아르헨티나인 중에서는 마라도나가 신들린 듯한 발로 넣은 골을 본지라 신의 손이 작용한 것처럼 느낀 사람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경기가 열린 6월 22일은 마라도나를 숭배하는 사이비종교인 마라도나교의 오순절이 되기도 했다.

▷축구에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마라도나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였다. 마라도나가 1984년 이탈리아 SSC 나폴리로 이적했을 때 그 팀은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에서 강등권에 있었다. 이런 팀을 이끌고 그는 리그 정상을 차지한 데 이어 유럽 프로축구팀의 월드컵인 유럽축구연맹(UEFA)컵까지 차지했다.

▷사람은 성공한 바로 그것으로 망하기도 한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가 하필 나폴리에서 맞붙었다. 나폴리에서 신처럼 추앙받던 마라도나는 “나폴리 주민은 나와 아르헨티나를 응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라도나가 지역 갈등을 이용해 이탈리아 국민을 이간질했다는 비판이 득세하면서 사법당국이 그의 마약 복용과 매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마라도나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아르헨티나로 쫓겨났다. 그 후 그의 삶은 대체로 우울한 에필로그였다.

주요기사
▷마라도나가 볼을 잡으면 서너 명의 선수가 그에게 달려든다. 압박축구는 이탈리아 리그에서 그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전술이다. 키도 크지 않은 그가 황소 같은 힘과 발레리나보다 정교한 발재간으로 압박을 뚫고 나가는 장면은 일리아드나 삼국지의 영웅들이 적진을 뚫고 가는 것 같다. 마라도나와 같은 시대를 살면서 그의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라시아스 디에고! 그는 떠났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마라도나#펠레#축구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