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찬스’로 분양권 산 20대… ‘다운계약’으로 아들에 넘긴 엄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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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편법증여 85명 세무조사

20대 A 씨는 최근 고가의 아파트 분양권을 구입했다. 뚜렷한 소득이 없는데도 수억 원의 분양권 구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던 비결은 ‘엄마 찬스’였다. A 씨의 어머니는 수억 원에 이르는 분양권 매수 자금은 물론이고 중도금과 잔금까지 대신 내줬다. 국세청은 A 씨가 사실상 아파트를 편법증여 받은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무주택자였던 B 씨도 어머니 도움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다주택자인 어머니가 수억 원대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분양권을 수천만 원 프리미엄만 받고 헐값에 아들에게 넘겼다. 당국은 이 모자가 분양권을 ‘다운계약’(실거래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했다며 세무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은 이들 사례처럼 가족끼리 분양권을 싼값에 거래하거나 부모에게서 돈을 빌린 것처럼 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85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17일 밝혔다.

주요 세무조사 대상은 △자녀가 구입한 분양권 구입 대금과 중도금을 부모가 대신 내거나 △가족 등 특수관계자에게 분양권을 저가에 양도하거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자녀의 빚을 부모가 대신 갚는 경우 등이다.

특히 최근 집값 급등으로 20, 30대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늘어난 가운데 부모가 자녀의 부동산 매매자금 대출을 대신 갚거나 부모로부터 돈을 빌린 뒤 자녀가 이를 갚지 않는 편법증여가 증가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세무 당국은 부모가 양도세나 증여세를 아끼기 위해 부동산 대금을 대신 내주거나 다운계약을 하다가 적발되면 아끼려던 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령 부모가 5000만 원에 구입한 시가 6억 원짜리 분양권을 자녀에게 5000만 원에 넘겼다가 적발되면, 부모는 양도 차익 5억5000만 원에 대한 양도세와 가산세 등 총 2억1500만 원을 물어야 한다. 자녀도 증여 재산 공제와 이미 부모에게 지불한 돈을 제한 뒤 3억2000만 원 상당을 증여받은 것으로 봐 약 6000만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정상계약을 했다면 자녀가 1억2000만 원의 증여세만 납부하면 됐지만 다운계약을 통한 편법 증여로 이 가족은 1억5500만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또 부모 자녀 관계가 아니라 타인끼리 2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을 1억 원에 다운계약 할 경우에는 당초 2억 원에 대한 양도세 5565만 원에 가산세 1457만 원까지 추가로 물어야 한다. 세무조사에서 적발되면 원래 내야 할 세금과 허위 신고한 세금의 차액의 40%를 가산세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사업을 하고 있다면 사업체 소득까지 세무조사가 확대된다. 최근 국세청은 소득에 비해 고가 부동산을 구입한 C 씨가 부모로부터 편법증여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조사를 벌이다가 부모 사업체의 현금 매출 탈루 사실까지 추가로 확인했다. 결국 C 씨는 증여세를, C 씨의 부모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추가로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금융 추적 조사로 계좌 간 거래 내용을 확인해 실제 차입 여부를 면밀히 검증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다운계약 등 거짓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면 1가구 1주택 비과세 등 양도소득세 비과세나 감면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도 적용에서 배제된다”며 “이 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한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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