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사청문회 비공개, 검증도 부실한데 거저 장관되겠다는 건가

동아일보 입력 2020-11-18 00:00수정 2020-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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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합의했다. 후보자의 정책 능력 검증은 공개로 하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는 것이 골자다. 도덕성 검증이 과도한 신상 털기로 변질돼 좋은 인재를 등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 전 박 의장을 만나 “인재들이 청문회를 기피해 모시기가 쉽지 않다”며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인사청문회가 과도한 망신주기식 신상 털기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후보 물망에 오른 인물들이 공개석상에서 사생활이 공개되고 논란의 도마에 오를까봐 고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의 후보자 사전 검증이 유명무실한 우리 현실에서 도덕성 검증 비공개는 후보자 검증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 의회 인준(인사)청문회처럼 정책 능력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청문회에 앞서 백악관 인사국,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이 총동원돼 이 잡듯이 검증한다. 범위도 경력, 재산, 음주운전은 물론이고 가정생활, 이성관계, 가족 배경, 교통법규 위반 여부 등 제한이 없다. 문제가 있는 후보들은 이 과정에서 이미 탈락하기 때문에 사실상 별도의 도덕성 검증 청문회가 필요 없다.

우리 인사청문회법은 국회 동의 없이도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덕성 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후보도 많지만, 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여 임명된 장관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면 대부분의 국민은 후보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임명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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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인준청문회에서는 후보자 뒤에 가족들이 앉아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철저한 검증을 통과한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정책을 당당하게 밝히는 모습은 가족은 물론이고 국민에게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국회가 진정한 공복(公僕)을 가려낼 수 있도록 인사청문회를 더 철저하게 내실화하려고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고위 관직 임명에 수반되는 국민과의 최소한의 약속이자 껄끄러운 의무 절차를 무력화하는 데 의기투합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인사청문회#비공개#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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