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아 조심해! 이건 유리창이란다”

강은지 기자 입력 2020-11-17 03:00수정 2020-1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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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충돌방지 스티커 부착
피해 우려되는 10곳 선정 지원
“일정 간격으로 많이 붙여야 효과”
14일 경기 하남시 투명방음벽에 자원봉사자들이 스티커를 격자형으로 붙이고 있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제공
14일 오후 경기 하남시 미사중학교 인근 투명 방음벽 앞에 70여 명이 모였다. 경기도와 하남시 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한 야생조류 충돌 저감 스티커 부착 활동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들은 84m에 달하는 방음벽에 은색의 네모난 스티커들을 5cm 간격으로 붙였다. 이렇게 격자형으로 무늬를 넣으면 새들이 투명창을 허공이 아닌 구조물로 인식해 피해 갈 수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충남 서산버드랜드, 경남 통영RCE세자트라센터 등도 올해 이런 행사들을 진행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연간 새 800만 마리가 투명 방음벽이나 건물 창문에 부딪혀 죽는다. 창이 투명하거나 창에 하늘이 반사되면 새들이 허공인 줄 알고 그대로 들이받아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맹금류 모양 스티커를 붙이기도 하지만 이는 효과가 별로 없다. 국립생태원은 2018년 발표한 ‘야생조류와 유리창 충돌’ 보고서에서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가 막힌 유리창이 있다는 걸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붙여야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맹금류 스티커는 띄엄띄엄 붙인다.

가장 간단한 대안은 격자형 무늬다.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새들이 구조물로 인식할 수 있게끔 일정 간격으로 무늬를 넣는 것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새들은 높이 5cm 미만, 폭 10cm 미만의 무늬가 있으면 구조물로 인식하고 피해 간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효과가 입증됐다. 2018년 대전의 한 방음벽을 두 구간으로 나눠 한쪽에만 격자형 스티커를 붙였더니 11개월간 미부착 구간에서는 200여 마리의 폐사체가 나왔지만 부착 구간에서는 4마리만 확인됐다.

이런 방식은 일반 건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새들은 주로 4층 높이 이하의 건물에 부딪힌다. 조류 충돌 사고는 교외 펜션이나 주택, 철새들이 이동하는 섬에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새들이 창문에 반사된 하늘을 허공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세로 5cm, 가로 10cm 이내 간격으로 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창문 바깥쪽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줄을 드리우거나,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색유리를 달거나 다양한 문양의 필름을 붙이는 등 디자인을 변형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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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부착이 조류 충돌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됨에 따라 환경부는 올해 조류 충돌 피해가 우려되는 10곳을 선정해 스티커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내년 3월까지는 스티커 등 관련 제품의 평가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또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 기준 등 관련 지침에 조류 충돌을 막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투명 유리창#충돌방지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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