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자본주의적인 중국[오늘과 내일/하임숙]

하임숙 산업1부장 입력 2020-11-16 01:00수정 2020-11-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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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많이 내면 환급으로 칭찬하는 중국
세금 많이 내는 기업 만들기 무서운 한국
하임숙 산업1부장
한국의 한 중견기업은 중국 4개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한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으로 일궈낸 매출이 작년 기준 1조 원에 육박하는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은 넘는다.

“얼마 전에 중국에서 세금을 환급받았어요. 90억 원이나 됐는데, 그중 60억 원은 세금을 성실히 잘 냈다고, 30억 원은 친환경을 잘 구현했다고 돌려주더라고요.”

이 회사 경영자는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놀란 점은 세금만이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공장들이 올해 초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이 회사도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주요 도시로 유입되는 사람들을 거의 차단했는데, 공장 인력들도 당연히 주변 지역에서 출근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서히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자 당국은 공장에 들어갈 수 있는 통행증을 회사마다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이 회사는 주변 다른 회사보다 더 많은 양의 통행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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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째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중국은 세금을 성실히 낸 기업, 해당 성(省)에 이익을 주는 집단은 우대한다.” 특혜를 줘서라도 사유재산을 확대하고, 이윤을 더 추구하게 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자본주의적이다.

물론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다. 한창 코로나19가 심각하던 시기에는 집에만 있기 답답해하는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 나온 10대 소녀에게 공안이 “집 안으로 들어가라”고 경고했다가 말을 바로 듣지 않자 개를 총으로 쏘아버렸다는 식의 목격담도 심심찮게 나오던 나라다. 지식재산권에 무심하고, 때로 어떤 외국계 기업은 하루아침에 빈손으로 자국에 돌아가게 할 수도 있는 나라다. 하지만 경제에 있어서만은 덩샤오핑 이래로 흔들림 없는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나에게 이익이 되면 확실히 밀어준다. 그게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다.’

다른 한 글로벌 기업 경영자의 중국에 대한 평가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였다. 그는 사업상 일본, 중국, 한국을 자주 오가고 있다.

“도쿄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면 미국에서 살았거나 친인척이 있는 사람이 10명 중 1, 2명뿐이다. 서울에선 4, 5명 정도다. 그런데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선 7, 8명은 된다. 개인의 인적자산으로 보면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가 중국, 가장 먼 나라가 일본이다.”

실제로 중국을 이끄는 주요 기업인들은 이래저래 미국과 관련을 맺고 있다.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뉴욕주립대 버펄로대학원 컴퓨터공학 석사 출신이다. 1990년대 초반 창업해 나중에 디즈니에 인수된 인포시크에서 인턴 생활을 하기도 했다. 텐센트는 창업자 마화텅 본인은 아니지만 사업 총괄사장이 미국 유학파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알려져 있다시피 영어교사였다. 그리고 지금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있는 많은 중국인 창업자들은 모국으로 귀국해 기업을 더 키우려 하고 있다.

기업인만도 아니다. “중국 지도자들도 대체로 글로벌한 시각을 갖고 있다. 영어도 잘한다. 그들은 경제를 더 자유화하고 개방해 인민이 더 잘살게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래야 정권이 더 오래간다고 보더라.”

중견기업 경영자는 이렇게 말했다. “만일 한국 같으면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을 어떻게 취급했겠나. ‘저기 돈 더 많이 버는 거 아냐? 뒤져 봐’ 했을 거다. 당국이 비전도 없이 규제만 한다. 한국에서 기업 하기가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다.” 시시콜콜한 표현이 달랐지만 글로벌 기업 경영자도 정확히 같은 의도의 말을 했다. 각자 다른 자리에서다.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
#오늘과 내일#하임숙#자본주의#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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