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과학에 기초해 답해드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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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배지은 옮김/332쪽·1만6900원·반니

2014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13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스모스’에 닐 타이슨 박사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중의 반응은 엇갈렸다. 누군가는 칼 세이건의 후계자로 등장한 이 인물에게 환호했지만, 다른 이들은 낯선 흑인 남자의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말솜씨는 웃기고 유려했으며 때론 대중 앞에서 거리낌 없이 춤도 췄다. 이전까지 점잖게 우주를 설명하던 백인 아저씨 칼 세이건과는 아무래도 결이 달랐다.

하지만 그는 지금 ‘칼 세이건의 후계자’라는 별칭을 넘어 ‘가장 유명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의 통찰과 대중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설명에 미국이 매료됐다. 1400만 트위터 팔로어를 보유한 그가 팟캐스트 ‘스타토크’를 진행하며 대중과 주고받은 편지글 101편을 책으로 엮었다. 닐 타이슨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에게 던져진 질문은 우주를 넘어 종교, 철학, 삶으로 확장한다. 마치 그에게 몰려든 전 세계인의 사상 철학 인생의 고민거리에 대한 구루(guru·종교적 현자)의 말씀을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그의 답변은 제목이 보여주듯 철저히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연구와 합리적 추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를 ‘우린 왜 여기 존재하는가’ ‘죽은 아버지가 제게 말을 걸었다’는 질문부터 ‘당신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과거 욕한 적이 있다’는 고백에도 그는 과학에 기초해 ‘친절히’ 답한다. 실제 그가 받는 e메일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팬레터를 빼면 그의 이론에 대한 맹목적 비난도 많다. 그럼에도 상대의 오류를 쉽고 유쾌한 방식으로 바로잡아내는 탁월함을 드러낸다. 대중이 비과학적 오류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사고할 힘을 갖게 하고 싶다는 책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한 듯싶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닐 디그래스 타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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