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길’ 답사하며 근대산업의 현장 돌아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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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문화, 28일까지 토요일마다 북성포구∼일꾼교회 일대 시민탐방
해설사가 1920년대 지도 들고 사라진 시설의 연혁-역사 소개
“노동의 역사, 근대유산으로 남겨야”

시민 답사단이 7일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권익투쟁이 펼쳐졌던 인천 동구 동일방직 공장을 돌아보고 있다. 동구 지역엔 구한말부터 산업화 시기까지의 산업시설이 많이 남아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시민 답사단이 7일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권익투쟁이 펼쳐졌던 인천 동구 동일방직 공장을 돌아보고 있다. 동구 지역엔 구한말부터 산업화 시기까지의 산업시설이 많이 남아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7일 인천 동구 일대에서 구한말∼일제강점기∼산업화시기에 가동되던 정미소, 양조장, 공장 등 근대산업유산 현장을 돌아보는 시민 답사가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 경인전철 인천역 광장에 10여 명이 모여 도심 포구인 북성포구∼동일방직∼괭이부리마을∼우리미술관∼일꾼교회까지 이어지는 ‘어느 여성 노동자의 길’을 2시간 넘게 탐방했다.

근대화의 길을 열었던 츠치가와정미소, 아리마정미소, 다카스키양조장, 토요타양조장, 천일양조장, 조일양조장, 애경, 대한성냥공장, 인천전기주식회사, 동일방직 등의 산업현장을 도보로 걸어 다녔다. 인천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서해문화가 주관하는 이 답사는 이달 28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네 차례 이어진다.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 노동자 출신인 이설야 시인 등 4명이 답사 해설사로 나선다. 이날 해설을 맡은 장회숙 도시자원디자인연구소 공동대표는 1920년대 제작된 옛 지도를 손에 들고 다니며 사라진 시설의 연혁과 역사를 소상히 알려줬다.

“일본은 식민지 초기 조선에서 중공업을 육성하지 않고 경공업 위주의 공장만 설치했다. 대공황 이후 일본에서 노동자 권익운동에 이은 ‘다이쇼 민주주의’를 시행해 그 영향으로 인천에서 1931년 대한제분, 1932년 동일방직이 건립됐다. 동일방직의 경우 1000명 이상이 일하던 한국 최초의 대형 공장이었다.”

장 대표는 담배 생산공장인 ‘영미권련회사’(1899년), 산업 기반시설인 인천전기주식회사(1905년), 국내 비누공장의 효시인 애경사(1912년) 설립과 관련된 이야기와 식민지 말기 잠수함을 건조했던 조선기계제작소 비사를 들려줬다. 1930년대 동구 지역을 중심으로 중공업과 군수공업이 발달하면서 산업시설이 경인철도를 따라 부평 지역까지 뻗어나갔다고 한다.

1969년 부평과 주안 지역에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 4∼6단지가 들어서면서 인천이 공업 중심지로 다시 떠오르게 된다. 노동자가 증가함에 따라 노동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인천에서 노동운동이 활발히 펼쳐진다. 1968년 강화도 심도직물 노조 결성 및 노조 간부 해고로 인해 천주교 인천교구가 민주화운동에 개입했다. 또 1972년 동일방직에서는 한국 최초의 여성 노조지부장이 탄생한 이후 노사 대립 격화로 1977년 여성 노동자들의 ‘나체 시위’, 1978년 구사대의 ‘똥물 투척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1980년대 한국노협인천협의회(인노협), 인천지역노동자연맹(인노련)이 창립되면서 인천이 노동운동의 메카로 부상했다.

답사단은 이런 시대상을 반영한 소설의 배경이 된 동구 현장도 샅샅이 찾아다녔다. 일제강점기 현덕 작가의 소설 ‘남생이’에 나오는 호두형 포구마을과 산업철도 북부해안선,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등장하는 피란민촌 괭이부리마을, 강경애 작가의 ‘인간문제’ 무대인 동일방직은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서해문화는 답사에 앞서 9월 28일 동구 미림극장에서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 도시산업선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970년대 노동운동을 기록한 사진을 보며 대담을 나누는 집담회를 열었다. 14일 오후 7시 미림극장에서 노동자들이 불렀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누구나 여성가요제’를 마련한다.

이 행사를 기획한 양진채 동구 화도진문화원 사무국장(소설가)은 “개항기 부두 노동자를 시작으로 인천은 노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며 “민관 협업을 통해 인천 산업시설과 현장을 근대산업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한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노동자#근대산업#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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