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동네에 외지인 북적… 마을에 생기가 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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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같이, 지역의 가치를 위하는 관광두레]
〈2〉청양-부여-세종-대전동구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의 관광두레 신규사업체로 선정된 청양관광두레 사업체 ‘어슬티굿밤’이 7일 한적한 동네 한 바퀴를 도는 트레킹을 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의 관광두레 신규사업체로 선정된 청양관광두레 사업체 ‘어슬티굿밤’이 7일 한적한 동네 한 바퀴를 도는 트레킹을 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7일 오후 충남 청양군 운곡면 어슬티안길. 작은 낚시터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옛 ‘위라리’라 불리던 이 마을은 사람 발길조차 닿기 어려운 깊은 산골이다. “우리 마을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온 건 처음이여.” 마을 입구에서 만난 촌로(村老)는 눈이 동그래졌다.

이 마을에서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교류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관광두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민 관광조직. 우리 전통문화인 ‘두레’와 ‘관광’ 개념을 살려 주민 스스로 지역특색을 지닌 관광사업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조직이다.

○ 청양관광두레, ‘관광불씨 살릴 터’


청양의 경우 올해 6개 주민사업체를 결성해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지사장 송현철)가 공모한 관광두레 사업체로 선정됐다. 이들은 앞으로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까지 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특색 있는 지역 관광 사업을 펼치게 된다.

이날 행사는 6개 사업체 중 한 곳인 ‘어슬티굿밤’(대표 김정옥)이 주관했다. 맑은 하늘과 작은 낚시터, 그리고 동네 옆 계곡과 텃밭 등을 활용해 ‘작지만 강한 관광지’로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이날 행사도 사업체 회원들이 평소 즐기던 방식대로 진행됐다.

낚시터에서 고기도 잡고 모닥불을 피워 고구마와 가래떡을 구워 먹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연결한 해먹에 누워 밤하늘의 별과 달을 바라봤다. 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 시골길을 마음 놓고 걸으며 다 익어간 감도 따고 도토리를 줍는다. 어슬티굿밤 회원인 정철호 씨(57·청양읍내 사진관 운영)는 “너무나도 정겨워서, 삭막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도시민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깔리자 어슬티마을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과 달은 더욱 영롱해졌다. 행사에 참석한 김돈곤 청양군수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청양의 자랑거리를 작지만 강한 조직인 관광두레가 더욱 가치 있게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청양군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청양관광두레는 이 밖에도 지역 축제와 음식, 숙박, 트레킹을 연계하는 ‘청보리’, 청양 핸드메이드 제품 매장과 공방을 운영하는 ‘실로암’, 비건 레스토랑 콘텐츠의 ‘소찬’, 향토음식 개발을 기반으로 한 ‘청양의 봄, 청춘’, 쿠킹클래스를 맡게 될 ‘백제F&B’ 등의 사업체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청양관광두레 박영혜 PD는 “인구 3만 남짓의 청양은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과 청정한 먹거리 등이 풍부하다”며 “주민과 같이하는 관광두레를 통해 관광불씨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 부여, 세종, 대전 동구도 본격 시작

올해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 관광두레 공모사업에 신규 사업체로 선정된 관광두레는 충남 부여와 세종시, 대전 동구에도 있다.

부여 관광두레(임지선 PD)는 부여수북 치유정원, 부여선샤인, 정암그리공동체, 관광두레보부상, 만세장터봉사회 사업을 추진한다. 만세장터봉사회는 지역 농산물, 장류, 쌀, 곡류 등을 소비자와 직거래한다. 부여선샤인은 생태가든 여행 프로그램으로 가든파티와 캠핑 등을 주관할 예정이다.

세종관광두레(최영화 PD)도 세종여행을 콘텐츠로 한 알알이여행, 세종소상공인협동조합, 전통음식체험을 주제로 한 상버들협동조합, 1200번 시내버스를 활용한 지역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1200+행복여행’, 로컬푸드오감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리틀파머스’, 쌍류포도정원협동조합, 세종다움협동조합이 활동하게 된다.

대전동구관광두레(박진석 PD)는 수연가, 마나픽, 추동가래울, 동동유람, 비름뜰예술촌, 그림자라는 사업을 진행한다. 수연가는 중앙시장 한복거리에서 버려지는 원단을 활용한 관광기념품 제작 사업을 한다.

대전충남지사 김지현 관광두레매니저는 “올해 신규사업체로 선정된 관광두레는 지역의 특성과 구성원 각각의 장점을 살려 작지만 지속가능한 관광사업체로서 지역 관광가치를 높이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관광두레#마을#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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