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않으면 기회는 온다”… 자율탁구로 세계최강 정조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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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 비즈 ‘CEO형 지도자’ 김택수 미래에셋대우탁구단 총감독

김택수 미래에셋대우탁구단 총감독이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팀 훈련장 ‘안양호계다목적체육관’ 탁구장에서 탁구채와 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총감독은 훈련은 코치 등 전문가에게 맡기고 큰 그림을 그리는 ‘최고경영자(CEO)형’ 지도자로 국내 
탁구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안양=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택수 미래에셋대우탁구단 총감독이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팀 훈련장 ‘안양호계다목적체육관’ 탁구장에서 탁구채와 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총감독은 훈련은 코치 등 전문가에게 맡기고 큰 그림을 그리는 ‘최고경영자(CEO)형’ 지도자로 국내 탁구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안양=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택수 미래에셋대우탁구단 총감독(50)은 광주숭일고 2학년 때인 1986년 당시 탁구 강국으로 군림하던 스웨덴으로 유학한 경험을 잊지 못한다. “4개월의 유학이 탁구 인생의 큰 전환기가 됐다”고 말할 정도다. 당시 세계 최강 얀오베 발드네르(55·은퇴)가 뛰고 있던 스웨덴의 탁구명문 앵비클럽이 대한민국 유망주를 초청해 프로리그에서 뛸 기회를 줬다. 그곳에서 그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권한을 전문가들에게 넘겨주고 큰 그림을 그리는 ‘최고경영자(CEO)형’ 지도자로서 한국 탁구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에 따르면 스웨덴에선 지도자는 선수들을 돕는 조력자일 뿐이었다. 모든 것을 지시하고 통제하는 한국과는 달랐다. 훈련과 대회 출전에 대한 모든 것은 선수가 계획하고 준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수는 스스로 목표의식을 확고하게 했다. 코칭스태프는 기술 지도와 함께 운동생리학이나 스포츠심리학 등의 이론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스웨덴 유학의 성과는 컸다. 김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곧바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후 국내 최강으로 군림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 남자 단체 금메달,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단식·복식 동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 단식 금메달을 잇달아 따냈다.

고교 3학년이던 1987년 대우증권에 몸담은 그는 팀이 2001년 담배인삼공사(현 KT&G)로 넘어갈 때까지 대우증권의 간판이었다. KT&G에서도 선수와 코치로 활약하다 2007년 대우증권이 회생하자 당시 손복조 사장을 찾아가 팀 재창단을 주도했다. 남자팀만 원했던 회사를 설득해 여자팀까지 만들고, 남자팀 감독 및 총감독을 맡았다.

이후 그는 오랫동안 그려왔던 방식대로 팀을 운영했다. 육선희 코치(49)를 영입해 여자팀을 맡기고 전권을 줬다. 그는 남자팀에만 집중했다. 선수들에게도 자율을 부여했다. 인간적인 성장을 위해 탁구만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즐길 기회도 제공했다. 대우증권 남자팀은 2011년 10월 회장기 한국실업탁구대회 남자단체전 결승에서 삼성생명을 3-1로 꺾고 정상에 섰다. 대우증권 재창단 4년 4개월여 만의 일이다.

김 감독은 2012년엔 스포츠심리학 박사 김병준 인하대 교수(54)를 초빙해 선수들의 심리 상담을 맡겼다. 기술이 좋아도 심리 싸움에서 밀리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그는 “선수 시절 가장 안타까웠던 게 대회 전후 심리적으로 어떻게 준비하는지 조언을 못 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실패도 많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심리 상담은 여자팀에 특히 효과가 컸다. 당시까지 대우증권 여자팀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강팀에 계속 패하고 있었다. 김 교수는 “강자를 상대할 땐 승패, 스코어 등 결과보다는 경기 자체인 과정에 집중하는 법을 알려줬다”고 했다. 지고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플레이를 보이면 강자도 실수할 수 있고, 그 기회를 이용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여자팀은 2012년 10월 전국체전에서 창단 5년 5개월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전국종합선수권 여자 단체전에서는 대한항공의 8연패를 저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2016년부터는 미래에셋대우의 든든한 지원으로 남녀팀 모두 언제나 우승을 노리는 강팀으로 국내 탁구계를 이끌고 있다. 2017년부터 남자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그는 4강권인 남자탁구를 세계 최강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주요 선수 몸값만 10억 원이 넘는 등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는 세계 최강 중국에 비해 한국 시스템은 열악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며 “세계 최강도 실수는 한다. 그 기회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안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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