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과 목계를 잊지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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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회장 타계]3대째 내려오는 ‘리더의 덕목’
이병철 선대 회장 휘호-조각품 건네
“삼고초려로 인재 확보 전력투구”
아들 이재용에겐 그림 물려줘

1980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왼쪽)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 삼성전자 제공
1980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왼쪽)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 삼성전자 제공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 영접실에는 한 폭의 그림이 걸려 있다. 삼국시대 유비가 제갈공명의 마음을 얻고 그를 기용하기 위해 숨어 살던 공명을 찾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이 그림은 2000년대 초반 이건희 회장이 후계자 경영수업을 받고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건넸다.

이 회장은 2003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그림의 의미에 대해 “최고경영자(CEO)는 사람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한다. 필요한 인재라면 삼고초려, 아니 그 이상을 해서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 특유의 인재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그대로 담겨 있는 셈이다.

이 회장도 1970년대 후반 이병철 선대 회장에게 ‘경청(傾聽)’이라는 휘호(揮毫)를 전달받았다. 철저하고 빈틈이 없는 성격이었던 이병철 창업주는 이 회장에게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며 진심과 의도를 끄집어내야만(경청) 상대방을 설득해 움직일 수 있다” “어떠한 싸움닭이 덤벼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 닭(목계·木鷄)의 초연함과 의연함은 리더의 권위를 만들어낸다”는 조언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응접실에 목계 조각품을 두고 이 가르침을 항상 마음에 새겼다고 알려져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병철 창업주는 셋째 아들인 이 회장을 후계자로 정한 뒤 경청을 직접 휘호해 건넸다”며 “이 회장이 평소 조용하고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성격이 된 데는 이 같은 아버지 이병철의 교육법과 용인술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경청과 목계’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삼고초려’를 더해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물려줬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싸움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하고, 인재를 구하는 데 전력을 다하라는 가르침은 시대가 흘러도 리더로서 갖춰야 하는 덕목으로 3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이건희 삼성회장 타계#리더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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