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으로 직행하지 않는 e메일 쓰려면[Monday DBR]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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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제한적인 ‘언택트’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홍보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무엇일까? 소셜미디어와 TV, 라디오 광고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있지만, 개인이나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홍보할 때는 e메일만 한 도구가 없다. 그런데 내가 보낸 e메일을 상대가 읽고 연락을 주기는커녕 스팸으로 취급해 읽지도 않고 지워 버린다면 어떨까?

상대가 나의 e메일을 바로 휴지통으로 보냈다 해도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이다. 나의 e메일이 의미 없어 보였을 뿐이다. 인지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뇌의 작동 원리에 따르면 의미 없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인간에겐 효율적 선택이다.

그렇다면 e메일을 어떻게 작성해야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처음 의도한 홍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첫째, 매력적인 제목을 붙여야 한다. 수없이 많은 정보 처리에 바쁜 잠재 고객의 뇌가 특정 메일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려면 제목이 도저히 클릭하지 않고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어야 한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은 e메일 제목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에서 사람들이 e메일 제목을 두 가지 요인으로 판단해 볼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유용성과 호기심이다. 유용성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면 e메일의 제목에 받는 사람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가령 ‘석류즙 한정 판매’라는 제목과 ‘갱년기로 불편을 겪고 있는 여성에게 특히 도움이 되는 석류즙 한정 판매’라는 제목을 비교해 보자. 이 둘 중에는 타깃이 세분화되고 특정된 후자가 더 매력적인 제목이다. 갱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이나 그 가족이라면 이런 제목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제목에 언급한 판매 대상의 범주가 좁아서 놓치는 고객이 많아지면 파는 사람에게 손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흥미를 느끼게 하는 만능 제목 같은 것은 없다. 타깃이 좁더라도 촘촘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게 e메일 클릭을 유도할 확률을 높여준다. 모든 고객을 얻으려고 하면 모든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

둘째, 도입부에서 질문으로 상대의 문제를 쿡 찔러야 한다. 매력적인 제목으로 상대의 클릭을 이끌어냈다면 이제 글을 읽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힘 있는 도입부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문제 쿡 찔러보기’ 방식이 효과적이다. 살짝 찌르기만 해도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아픈 구석을 건드려야 한다는 의미다.

가령 ‘이번에 출시되는 신차는 자율주행 기능이 있어 졸음운전 방지를 도와드립니다’라는 글과 ‘운전 중 졸음이 쏟아져 사고가 날 뻔하거나 견디기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지 않았나요?’라는 글을 비교해 보자. 자동차 구매의 잠재 고객이라면 후자에 더 끌릴 것이다. 두 문장 모두 졸음운전이라는 문제를 똑같이 건드리지만 효과는 다르다. 그 차이는 바로 질문에서 나온다. 단순히 현상과 해법을 서술하기보다는 질문으로 끝을 날카롭게 만들어 찔러야 고객의 아픈 구석을 더 잘 자극할 수 있다. 그리고 문제를 자극하는 정도가 강할수록 상대가 e메일을 더 신경 써서 읽게 될 것이다.

셋째, 단순한 메시지로 고통을 줄이고 쾌감을 올려야 한다. 우리 뇌에는 측좌핵과 뇌섬엽이라는 부위가 있다. 측좌핵은 쾌감과 보상의 중심부로 어떤 행동의 동기(motivation)를 생성하고, 뇌섬엽은 통증과 관련된 부위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할 때 활성화된다. 우리 뇌의 작동 원리는 고통을 피하고 쾌감을 늘리는 것이다. 따라서 수신인이 글을 읽도록 유도하려면 측좌핵은 활성화하고, 뇌섬엽은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단순한 메시지는 측좌핵을 활성화해 읽고 싶은 동기를 촉발한다. 복잡한 메시지는 뇌섬엽을 자극해 읽고 싶은 동기를 떨어뜨린다. 그러니 복잡한 문장으로 쓰인 글이 있다면 고객이 알아서 친절하게 읽어주기를 기대하지 말자.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을 활용하거나 간결한 문장을 활용해 단순화시키자. 읽는 사람의 뇌는 그것을 보상으로 여기고, 그 보상이 글을 읽게 만들 것이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06호(10월 1일 자)에 실린 ‘고객이 당신의 e메일을 안 읽는 이유’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휴지통#직행#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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