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미정신 띄우기’로 밀착하는 北-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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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23일 6·25참전 기념 연설… 中 지도자론 장쩌민 이후 20년만
김정은, 마오쩌둥 장남묘 참배… 항미원조 기념일 앞두고는 처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인민지원군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인민지원군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중국에서 6·25전쟁을 일컫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 띄우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참전기념일(25일)을 이틀 앞두고 열리는 기념행사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20년 만에 연설을 한다. 북한도 이에 화답하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25전쟁 때 전사한 중국군들이 묻힌 묘소를 찾아 “중국인민지원군 장병들의 붉은 피는 우리 조국 땅 곳곳에 스며 있다”고 말했다.

2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등 중국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시 주석이 23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중국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기념 대회’에서 중요 연설을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6·25전쟁 참전 기념행사에서 직접 연설을 하는 것은 2000년 장쩌민(江澤民) 주석 이후 20년 만이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미국을 염두에 두고 6·25전쟁 때처럼 중국의 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직접 연설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미중 갈등이 첨예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 전 주석이 연설에 나섰던 당시도 1999년 5월 미군 폭격기가 유고슬라비아의 중국대사관을 오폭해 중국 외교관이 숨진 사건의 여파로 반미 여론이 높았던 시기였다.

최근 상황도 당시와 못지않다. 미국은 화웨이, 틱톡 등 중국 기업 제재를 가속화하고 있고, 대만 및 티베트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강화하면서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고 있다.

시 주석은 이에 맞서 ‘항미원조 정신’을 앞세우면서 중국 국민들의 단결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9일 ‘항미원조 70주년 기념 전시회 개막식’에서도 시 주석은 “항미원조 정신은 귀중한 정신적 자산이고 강대한 적들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중국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중국군의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방문해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의 묘에 헌화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과 정부와 인민은 그들의 숭고한 넋과 고결한 희생정신을 영원토록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군 열사릉원을 참배한 것은 2013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는 각각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는 정전협정 체결일 60주년과 65주년에 맞춰 7월에 이뤄졌다. 10월 항미원조 기념일을 앞두고 간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행보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중 간 밀착을 과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열사릉원 방문은 19일 시 주석이 항미원조 전시회를 방문한 것에 대한 화답”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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