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수석 “검토” 한마디에 난리치는 민노총, 노동개혁은 성역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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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황덕순 일자리수석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노동개혁 제안과 관련해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히자 민노총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청와대 대변인이 “원론적 발언으로 노동법 개정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민노총은 “황 수석은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진위를 따져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문까지 냈다.

황 수석은 지난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야당 노동법 개정 제안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제안하는지에 따라 검토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달 초 김 위원장이 “노동법이 성역화돼 있다”며 노동개혁 의제를 꺼낸 데 대해 원론적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불과한데도 민노총은 있어서는 안 될 망언이라도 나온 듯 발끈한 것이다. 노동개혁의 ‘노’자도 꺼내지 못하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행태다.

노동개혁의 구체적 방향이나 내용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의 노동법과 노동시장 체계가 너무 낡아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데 대해서는 노동계도 이론을 제기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정부 들어 노동개혁 논의는 사실상 실종됐다. 정부 여당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추진 등 민노총의 주축인 대기업, 공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도움 되는 친노동 정책을 펴면서 시장의 경직성이 더 강화되고 일자리는 줄었다. 1년 만에 4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건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원론적인 ‘검토’ 한마디에도 민노총이 난리를 치고 청와대는 큰 실언을 했다는 듯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왜 우리 사회에서 노동개혁이 절실한 과제인지 역설적으로 증명해준다.


#청와대#민노총#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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