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도 죽어서도 혼자인 이들[현장에서/김소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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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기 파주시에서 열린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 위령제. 나눔과나눔 제공
14일 경기 파주시에서 열린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 위령제. 나눔과나눔 제공
김소영 사회부 기자
김소영 사회부 기자
“너무 많아서 못 찾겠어….”

14일 경기 파주시 용미리에 있는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

서울 용산구에 있는 ‘쪽방촌’ 주민 김정길 씨(74)는 유골함들을 돌아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쪽방촌 이웃을 찾아왔는데, 한참을 헤매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겨우 찾은 이웃의 유골함 앞에서 김 씨는 목이 메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여기 있었네. 이 사람아,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지….”

현재 추모의 집에는 무연고 사망자 3000여 명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무연고 사망자란 숨진 뒤에 시신을 넘겨받아 장례를 치러줄 이가 없단 뜻이다. 연고자가 있어도 장례비가 없어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된다. 이날 무연고 사망자들을 위해 장례 서비스를 지원하는 ‘나눔과 나눔’ 등 시민단체는 합동 추모 위령제를 열고 쓸쓸하게 살다 눈을 감은 이들의 넋을 기렸다.

세상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지만 무연고 사망자는 해가 갈수록 많아진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 1820명이던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2536명으로 약 40% 늘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취약계층의 생활고가 심해지면서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7월 세상을 떠난 60대 남성 A 씨는 남은 혈육이 남동생밖에 없었다. 하지만 트럭 운전을 하던 동생은 코로나19로 물류업계가 타격을 입으며 최소한의 비용도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장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은 떠나는 과정도 외롭다. 애도를 받을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질 않는다. 안치실에 있다가 별다른 의례 없이 화장장으로 간다. 그리고 유골은 이름과 생년월일, 사인 정도만 기재해 모아둔다. 빈곤과 단절이 이들에게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앗아가는 셈이다.

그나마 서울시는 2018년 ‘공영장례 조례’를 만들어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시행되진 않는 상황이다.

무연고 사망자들의 존엄한 마지막을 책임지는 일은 단지 고인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살아있는 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눔과 나눔 관계자는 “내가 언제 어떻게 죽어도 사회가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안도감은 취약계층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추모의 집엔 고인의 생년월일이 ‘1936년 추정’이라 적힌 유골함이 있었다. 언제 태어났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죽음이다. 품격 있는 사회란 사회 구성원들이 빈부에 관계없이 삶의 마지막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 아닐까. 때마침 1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이다.

김소영 사회부 기자 ksy@donga.com
#무연고#사망자#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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