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비난’ 中누리꾼에 “맹목적 애국주의” 글로벌 역풍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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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악의없는 발언 공격해” 비판… FT “편협한 민족주의에 희생양돼”
로이터 “中진출 기업들 곳곳 지뢰”… SNS선 ‘#차이나치’ 확산되기도
中매체, 여론 악화되자 기사 삭제

외신들, 中누리꾼 질타 1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는 “중국 누리꾼이 6·25전쟁을 언급한 방탄소년단(BTS)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고 지적했고(왼쪽 사진), 로이터(가운데 사진)도 중국인들의 맹목적인 자국 사랑을 꼬집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선 누리꾼들이 중국 공산당을 독일 나치에 비유한 ‘차이나치(China+Nazi)’ 해시태그가 등장했다(위 사진). 
뉴욕타임스(NYT)·로이터·트위터 캡처
외신들, 中누리꾼 질타 1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는 “중국 누리꾼이 6·25전쟁을 언급한 방탄소년단(BTS)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고 지적했고(왼쪽 사진), 로이터(가운데 사진)도 중국인들의 맹목적인 자국 사랑을 꼬집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선 누리꾼들이 중국 공산당을 독일 나치에 비유한 ‘차이나치(China+Nazi)’ 해시태그가 등장했다(위 사진). 뉴욕타임스(NYT)·로이터·트위터 캡처
맹목적인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방탄소년단(BTS)의 원론적인 6·25전쟁 관련 언급을 비난하고 있는 중국 누리꾼들이 전 세계적인 질타를 받고 있다. 주요 외신이 중국의 편협함과 오만함을 거세게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내자 중국 관영 언론과 포털 사이트 등에서 BTS를 비난하던 기사와 댓글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1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누리꾼이 BTS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도 이런 맹목적 애국주의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BBC방송도 같은 날 “BTS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중국 누리꾼이 ‘BTS가 편향적 태도로 중국인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무리한 주장을 펴고 있다”고 동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BTS가 희생양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 미 의류 브랜드 갭,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비슷한 이유로 중국에서 불매운동 위기에 빠졌다. 민족주의가 팽배한 중국에서 외국 브랜드가 직면한 위험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사건이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들에는 곳곳에 ‘정치적 지뢰’가 깔려 있음을 보여준다고 가세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중국 공산당을 나치 독일에 비유한 ‘차이나치(China+Nazi)’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한 홍콩 누리꾼은 “중국은 북한의 한국 침략을 도왔다. 미국은 유엔군을 이끌고 한국을 위해 싸웠다. 중국은 이 사실에 분노하느냐”며 차이나치 해시태그를 달았다.

미국 내 일부 지한파는 중국이 불매운동을 무기 삼듯 중국 제품을 불매하자는 주장까지 했다. 더그 밴도 케이토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누리꾼들의 행태에 대해 “세계적으로 중국의 평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점점 ‘어글리 차이니스(Ugly Chinese)’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는 “(중국 누리꾼들과) 같은 논리라면 6·25 참전국들은 중국 제품 불매에 나서야 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글로벌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BTS 때리기에 앞장섰던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13일 오전부터 관련 기사들을 삭제했다. 환추시보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에는 BTS 기사가 남아 있지만 제목을 바꿔 논조를 누그러뜨렸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는 ‘방탄소년단’을 검색하면 전날까지 수십 건에 달했던 수상 소감 관련 뉴스가 검색되지 않고 있다. 전날 오후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이 “누리꾼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분위기 전환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의 태도가 바뀐 것과 달리 중국 국민들의 BTS에 대한 반감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BTS 폰케이스를 끼고 있다는 이유로 길에서 ‘묻지 마 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 폭행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당 글에는 “아직도 BTS를 좋아하다니, 맞을 만했다” 등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BTS 중국 팬들에 대한 사이버 폭력도 이어지고 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죽어라’ 등의 욕설이 메시지로 쏟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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