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혼자, 때로는 같이… ‘1.5가구’ 시대 온다

  • 동아일보

[트렌드 NOW]
독립성 중시하는 1인 가구 35.5%… 가족도 1인용 침대-소파 선택
타인과 느슨한 연결 추구… 코리빙하우스-셰어하우스 인기
新가족 형태 맞춤 서비스 늘어

대한민국의 가구 지형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가구 형태는 더 이상 4인 가족이 아닌 1인 가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인 가구는 783만 가구로 전체의 35.5%를 차지한다. 전통적인 표준이었던 4인 이상 가구(370만 가구)보다 무려 배 이상 많은 수치다.

변화는 숫자뿐만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사는 3, 4인 가구 안에서도 ‘개인의 독립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됐다. 배달 음식을 시킬 때 각자의 취향대로 1인 1메뉴를 선택하고, 식탁에 모여 앉기보다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저녁을 해결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처럼 가족과 따로 살거나, 함께 살더라도 나만의 독립성을 고수하려는 흐름을 ‘1.5가구’ 트렌드라 부른다. 혼자인 동시에 함께이고, 함께이면서도 철저히 혼자인 새로운 관계의 정의다. 1.5가구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족이면서 각자 1인용 가구를 쓰거나, 독립된 금융 생활을 하는 ‘1.5가구’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개인의 독립된 삶은 영위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타인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삶의 방식이다. SK디앤디의 코리빙하우스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위쪽 첫번째, 가운데 사진)와 홈즈컴퍼니의 공유주거공간 ‘홈즈스튜디오 선정릉역’의 공용 서재(세번째 사진). 각 사 제공
가족이면서 각자 1인용 가구를 쓰거나, 독립된 금융 생활을 하는 ‘1.5가구’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개인의 독립된 삶은 영위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타인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삶의 방식이다. SK디앤디의 코리빙하우스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위쪽 첫번째, 가운데 사진)와 홈즈컴퍼니의 공유주거공간 ‘홈즈스튜디오 선정릉역’의 공용 서재(세번째 사진). 각 사 제공
첫째, 혼자 살면서도 타인과 느슨하게 연결되길 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리빙 하우스(Co-living House)’다. 오피스텔처럼 개인 공간에 거주하면서도 주방, 세탁실, 헬스장, 라운지 등 공용 공간을 공유하는 주거 형태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나 스타트업 MGRV의 ‘맹그로브’ 같은 기업형 코리빙 하우스는 요가, 영화 상영회, 와인 모임 등 각종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거주민들에게 ‘가벼운 연결감’을 선사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도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의 ‘룸메이트’가 주로 대학생 시절 끈끈한 우정을 기반으로 한 공동생활의 이미지였다면, 오늘날 룸메이트 문화는 계약 관계로 뭉치는 ‘전략적 룸메이트’에 가깝다. 따라서 이들의 관계는 ‘코지메이트’나 ‘룸프렌즈’ 같은 룸메이트 매칭 앱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중요한 매칭 기준은 ‘취미’나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청소 주기’ ‘소음 민감도’ ‘샤워 시간’ ‘외부인 방문 정책’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생활 습관의 궁합이 더 중요하다.

둘째, 가족과 함께 살면서도 개인의 독립성을 철저히 유지한다. 수면 패턴이 다른 부부는 킹사이즈 침대 대신 싱글 침대 두 개를 배치하거나 아예 각방을 사용한다. 거실 소파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개인용 안마의자나 각자의 1인용 소파가 놓인다. 집안일조차 엑셀로 기록해 공헌도를 결산하고 보상을 나누는 합리적 ‘가사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한다.

이러한 독립성은 금융 생활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각자 생활비를 각출해 공용 통장에 넣고 관리하는 경우도 흔하다. ‘토스’나 ‘뱅크샐러드’의 모임통장 기능이나 ‘스플리트와이즈’ 같은 정산 앱은 1.5가구의 재정적 투명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공동 명의 카드로 식료품을 사고, 월말에 공과금을 자동 계산해 분담금을 알려주는 방식은 서로에게 불만을 쌓지 않게 돕는다.

기성세대의 시선에선 1.5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소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연결되고 싶지만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는 가치관 아래, 타인과 더 잘 살아가기 위해 요즘 세대가 선택한 합리적인 생존 전략이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가족의 출현을 예고한다. 이혼 후에도 협력하여 자녀를 키우는 미국의 ‘코페런팅(Co-parenting·협력 양육)’이나,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이웃 간 집안일을 함께 돕는 일본의 ‘층간 가족(Floor-to-Floor Family)’이 그 예다.

가족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정책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의 법과 제도는 여전히 혈연과 혼인으로 묶인 ‘정상 가족’의 틀에 머물러 있다. 주택 청약 제도, 의료 결정권, 상속, 각종 복지 혜택은 이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1.5가구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친밀함이 아니다. 서로의 독립성은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만큼만 깔끔하게 연대하는 ‘적정 거리’다. 바로 이 ‘적정 거리’를 조율하고 유지해주는 솔루션이 향후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다.

#개인의 독립성#1.5가구 트렌드#코리빙 하우스#셰어하우스#적정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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