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피하는 경매이론 고안 2명에 노벨경제학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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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그럼-윌슨 美스탠퍼드대 교수
입찰자를 제한하되 입찰 반복해
결국 높은 가격을 써내는 방식
어획량 쿼터-탄소배출권에 활용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2일(현지 시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폴 밀그럼(화면 왼쪽)과 로버트 윌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화면 오른쪽)를 선정했다. 스톡홀름=AP 뉴시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2일(현지 시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폴 밀그럼(화면 왼쪽)과 로버트 윌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화면 오른쪽)를 선정했다. 스톡홀름=AP 뉴시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경매의 대가’로 알려진 미국 스탠퍼드대 폴 밀그럼 교수(72)와 로버트 윌슨 명예교수(83)가 공동 수상했다. 사제지간인 두 교수가 고안한 경매이론은 학문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라디오 주파수 경매를 비롯해 어획량 쿼터 경매,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세계 곳곳에서 획기적인 경매 제도가 탄생한 기반이 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2일(현지 시간) “두 사람은 경매이론을 개선하고 새로운 경매 방식을 개발해 전 세계 구매자와 판매자,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가져다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페테르 프레드릭손 노벨경제학상위원회 위원장은 “경매는 어디서든 벌어지고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 이들이 고안한 경매 방식은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윌슨 명예교수는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64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미시간대 학부를 졸업한 밀그럼 교수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한 뒤 당시 담당 교수였던 윌슨 교수의 권유로 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7년부터 같은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쟁 상대의 반응을 고려한 의사결정 행태를 연구하는 게임이론 전문가인 이들은 과도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승자의 저주’를 피하면서 경매 참여자들의 이익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994년 라디오 주파수 판매에 활용한 ‘동시 다중 라운드’ 경매 방식을 고안했다.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낙찰을 받는 일반 경매와 달리 입찰자를 제한하되 마지막 업체가 남을 때까지 입찰을 반복하면서 입찰자들이 높은 가격을 써내는 방식이다. 주파수 경매는 영국, 캐나다, 독일 등 다수 국가가 도입했고 한국도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이 방식을 적용했다. 천연가스 채굴권, 항공기 이착륙 권리 경매를 비롯해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 각국이 도입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역시 이들의 경매이론을 토대로 한다.

미국 예일대에서 밀그럼 교수에게 수학한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밀그럼 교수는 1980년대 첨단 학문이던 정보경제학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냈고 이를 대리인이론, 기업이론, 경매이론 등으로 발전시켰다”며 “수상자들의 경매이론은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밀그럼 교수는 지난해 정부, 기업 등에 경매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는 ‘옥셔노믹스’를 설립해 학자뿐만 아니라 기업인으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윌슨 교수는 수상 직후 현지 기자들과의 전화회견에서 나온 상금 용처에 관한 질문에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와중에 딱히 쓸 곳이 없다. 다른 시기를 위해 저축해 둘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를 포함해 노벨 경제학상은 2017년부터 4년 연속 미국인 경제학자에게 돌아갔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75%가 ‘55세가 넘은 미국 남성’이었으며 수상자 평균 나이는 65세였다.

세종=남건우 woo@donga.com·주애진 기자
#2020 노벨 경제학상#미국 스탠퍼드대 폴 밀그럼 교수#로버트 윌슨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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