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씨로… “소방관 아저씨,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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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화재 피해 주민 190여명… 임시거처 한쪽에 감사편지 릴레이
어린이들 ‘고사리손편지’ 눈길… 소방관-경찰관 등 도움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담은 편지 40여장 모여… “사회서 받은 도움 갚으며 살거예요”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화재로 집에서 대피해 임시 숙소에서 머물고 있는 한 어린이가 11일 소방관과 경찰관에게 쓴 감사 편지를 게시판에 붙이고 있다. 울산=뉴시스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화재로 집에서 대피해 임시 숙소에서 머물고 있는 한 어린이가 11일 소방관과 경찰관에게 쓴 감사 편지를 게시판에 붙이고 있다. 울산=뉴시스
“제 동생이랑 저를 무사히 잘 구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동생 무사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9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대피한 주민 190여 명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남구의 스타즈호텔 3층 벽에는 이런 내용의 편지가 붙어 있다. 한 어린이가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에게 감사 표시를 하기 위해 삐뚤빼뚤한 글씨로 글을 쓴 뒤 웃는 얼굴로 엄지를 치켜들고 있는 사람 그림까지 그려 넣었다.

11일 오전 이 호텔 3층 구석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감사 편지를 적고 있었다. 벽면에 ‘안녕하세요, 입주민 여러분. 소방관님 경찰관님 그리고 시청 남구청 보건소 등등 도움을 주신 분들께 쪽지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안내글이 붙어 있었다. 11일 오후까지 크고 작은 편지 40여 장이 모였다.

어린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서툴지만 정성스레 쓴 편지들이 눈에 띄었다. 한 어린이는 “소방관 아저씨. 저희 집에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셨을 때 택배인 줄 알고 열어주지 않으려 했는데 끝까지 문을 두드려주셔서 나올 수 있었어요. 덕분에 엄마아빠 얼굴도 다시 볼 수 있고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적었다.

A4 종이 1장에 빼곡하게 편지를 적어 고마움을 전한 주민도 있었다. 이 주민은 “연기 많이 뿜어져 나오던 비상구를 내려올 때는 너무 무섭고 참담했는데 그 위험하고 어두운 계단에서 무거운 장비를 멘 채로 주민들을 대피시키며 올라오시던 소방관님들을 뵙자 너무나 반갑고 감사하고 안도감이 차올랐다”며 “큰 도움을 받고 보니 앞으로 저희도 살아가면서 사회에 받았던 도움을 갚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같은 ‘감사 편지 릴레이’는 한 주민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아파트 33층에 살던 이승진 씨(55)는 “어제 집에 다녀왔는데 탈 수 있는 물건이 전부 다 타버렸다. 비록 모든 것을 잃었지만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이 살아나올 수 있도록 애써주신 분들이 너무 감사해서 이렇게나마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무사히 구조되기를 함께 염원해주신 시민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울산=김태성 kts5710@donga.com /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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