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기부양 협상 중단 지시… 공화당內서도 “매우 큰 실수”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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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복귀 하루만에 “대선후”
대법관 지명자 인준 등 앞세워… 보수 결집 노린 대선전략 분석
협상 결렬땐 공화당에도 타격… 논란 커지자 “현금지급 준비” 트윗
전날 급락 美증시 다시 상승 출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행정부에 민주당과의 경기부양책 협상을 중단하라고 전격 지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받다가 5일 백악관에 복귀한지 하루 만이다. 이에 따른 충격으로 6일 오후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급락세로 전환해 1% 이상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야당 민주당은 물론이고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큰 실수”라는 비판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자신의 발언을 일부 정정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후 트윗을 통해 “나는 협상팀에게 경기부양안 협상을 대선 때까지 중단시키라고 지시했다”며 “대선에서 내가 이기고 나면 우리는 성실한 미국인들과 중소 사업체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 중단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그는 “낸시 펠로시(민주당 소속 하원의장)는 민주당 측 주(州)정부에 코로나19와 전혀 상관이 없는 2조4000억 달러를 지원하자고 한다”며 “우리는 1조6000억 달러라는 매우 관대한 제안을 했는데 그는 선의를 갖고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의회에 경기부양책 통과를 촉구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오면서 충격이 더 커졌다. 뉴욕 증시는 이날 오후부터 급락세로 반전해 S&P500지수는 1.4%,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3%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결정은 뜻밖이란 분석이 많다.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던 경기부양안 협상은 양당이 조금씩 견해를 좁혀 가며 타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분위기였기 때문.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미국은 경기부양책을 필요로 한다. 협력하고 마무리 짓자”라고도 했다.

이랬던 트럼프 대통령의 돌변은 ‘보수 결집’을 노린 대선 전략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는 6일 트윗에서 “나는 (경기부양안) 대신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뛰어난 대법관 지명자인 에이미 코니 배럿을 인준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라고 요청했다”고 썼다. 남은 대선 기간에 보수 성향 대법관 지명자의 인준 이슈 등을 앞세워 이념 대결의 구도로 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경기부양안 협상 결렬에 대해선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 우려도 크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매우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다가 지지율을 깎아먹는 자책골을 넣었다는 취지다. 펠로시 의장도 성명에서 “오늘 다시 한 번, 대통령이 나라를 볼모로 자신을 앞세우는 진면목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밤중에 또다시 여러 건의 트윗을 올려 논란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나는 (단독가구) 현금 지급안(1200달러)만 따로 당장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 듣고 있나, 낸시?”라고 썼다. 그는 또 의회에 항공사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메시지가 나오면서 7일 미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트럼프#2020 미국 대선#경기부양책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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