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핵잠수함 개발 본격화… 美설득 적극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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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외교안보 국익에 관한 문제”… ‘美와 핵잠 연료 협상’ 부인 안해
靑,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 등… 임기말 전시작전권 전환 속도전
김현종 방미, 뚜렷한 성과 못봐… ‘정상간 담판外 대안 없다’ 관측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개발에 필요한 핵연료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핵잠수함 개발 사업에 본격 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와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에 이어 핵잠수함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임기 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첨단 전력 증강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핵잠수함 개발을 위한 한미 논의에 대해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 국익에 관한 문제이니 신중한 접근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핵잠수함 개발과 관련해 한미 간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김 차장은 지난달 중순 미국을 방문해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이를 위한 핵연료(저농축우라늄)를 미국에서 공급받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미국은 일단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연료 공급 문제 등을 포함해 핵잠수함 문제를 계속 풀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핵잠수함 개발 필요성을 밝힌 만큼 미국을 계속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해 말부터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마련에 착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이 지난달 미국 측에 핵잠수함 연료 공급을 타진한 것도 가급적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물꼬를 트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7월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이어 곧바로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을 두고 일각에선 임기 내 자주국방 ‘레거시(유산)’ 완성 프로젝트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하우스 대 하우스(청와대와 백악관)’ 차원에서 미국을 설득해 자주 국방력을 확충하고 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잠수함의 최대 관건인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가 일단 난항을 겪으면서 핵잠수함 개발 프로젝트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양국 협의’를 전제로 미국산 우라늄에 한해 20% 미만까지 농축이 허용되지만 군사적 전용은 금지돼 있다. 원자력협정의 모법(母法)에 해당하는 미국 원자력법도 군사용 농축우라늄의 대외 판매를 불허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핵잠수함용 핵연료를 확보하려면 한미 간 새로운 틀(협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김 차장이 사전 탐색차 미국을 방문했지만 일단 이번엔 뚜렷한 성과를 못 거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문제를 풀려면 결국 한미 정상 간 담판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북핵 대응과 중국 견제 등 미국의 안보전략에 득이 된다는 데 양국이 합의하고, 미 대통령의 특별 행정명령 등으로 핵잠용 핵연료를 한국에 공급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

미국 공급이 불발로 끝날 경우 제3국에서 천연 우라늄을 가져와 독자 농축을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관련 연구와 시설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미국의 간섭과 국제기구의 사찰 등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박효목 기자
#정부#핵잠수함#개발#미국#설득#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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