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급증, 금리 인상이 해법인가[동아 시론/조영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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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주식 상승 기대 크다면
금리 올려도 신용대출 줄지 않고
2금융권 수요 느는 ‘풍선효과’ 양산
시스템 고쳐 문제 있는 대출 걸러야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앞으로 신용대출 금리가 오르고 한도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 당국과 은행권이 급증하던 신용대출을 줄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8월 한 달 동안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4조 원 넘게 증가했다. 월별 증가액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였다. 9월 들어서도 10일까지 1조 원 이상 늘자 금융감독 당국과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축소를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급여통장 개설 여부, 신용카드 사용 실적 등을 감안하여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축소해 대출 금리를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고신용자들에게 연 소득의 270%까지 빌려주던 대출 한도도 줄어든다. 이러한 정책들이 본격화하기 전이지만 은행들이 자체적인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신용대출 잔액은 벌써 줄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볼 부분들이 있다. 첫째, 왜 신용대출 전반의 우대금리를 축소해야 하나? 무차별적인 우대금리 축소는 모든 신용대출 이용자들의 이자 부담을 늘릴 것이다. 과연 모든 신용대출 증가가 문제인가? 신용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거나 주식을 사는 이들도 많겠지만, 코로나19로 줄어든 매출과 소득을 메우는 자영업자와 가계도 많을 것이다. 금리가 높아지더라도 돈이 반드시 필요한 이들은 결국 대출을 받고, 이들의 이자 부담은 커지는 가운데 은행들의 이자 수입만 늘어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면 정말 신용대출이 줄어들까? 높게 잡아 대출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더라도 1억 원 대출 시 이자 부담은 1년에 50만 원, 월 4만 원 정도 늘어난다.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이나 주식을 사려는 이들이 이 정도 이자 부담 증가 때문에 대출을 받지 않고 하려던 투자를 포기할까?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 신용대출 억제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직 고신용자들은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줄이더라도 비은행권으로 가서 돈을 빌릴 수 있다. 즉, 대출은 줄지 않고 빌리는 곳만 달라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보험사, 저축은행, 핀테크업체 등 비은행권은 대출 확대를 위한 프로모션을 늘리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에 적절한 때인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이 예상된다.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 등에 힘입어 일단 버티고 있지만 점차 많은 자영업자와 가계들이 한계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겠다며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인하했고 많은 돈을 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중에 돈이 풀리는 채널에 해당하는 은행들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자영업자대출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가계대출 규제가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마치 상류의 댐에서는 방수량을 늘리는데 하류에서는 수도꼭지를 차례로 잠그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통화 완화의 효과가 반감되거나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신용대출 급증의 정확한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용대출을 받아 투기적인 주택 구입이나 위험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문제라면 풀린 대출 중 어느 정도가 이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공모주 청약 열풍 속에 증거금으로 며칠 쓰고 갚는 과정에서 신용대출이 급증했다면 이를 얼마나 위험하게 볼 것인가는 따져봐야 한다.

신용대출까지 받아 무리하게 집을 사고 이것이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이 문제라면 그러한 대출과 주택 구입을 선별해 제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특정 지역 부동산 거래에 대해 거래허가제까지 도입된 상황이다. 보다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는 주택자금조달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대상 주택의 가격 및 대출자의 소득 대비 과도한 신용대출이라면 그 거래와 대출에 대해 직접 제한을 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문제 있는 대출들이 은행들의 대출 관리 시스템 및 신용 평가 시스템에 의해 걸러지지 않았다면 현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단순히 우대금리를 축소해 금리 수준을 높이거나 특정 대상에 대한 대출 한도를 줄이는 것과 같은 몇 가지 조치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이러한 대증적인 조치보다는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고 고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유사한 문제들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신용대출을 조절해야 한다면 목적은 효과적으로 달성하면서 부작용은 줄이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신용대출 금리 인상#풍선효과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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