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안했는데 억울” 극단선택한 어린이집 교사… 법원, 폭언-폭행 학부모에 벌금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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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죄질 나빠 징역형 마땅하나 검찰 약식기소로 중형 선고 못해”

어린이집 교사가 원아를 학대한 사실이 없는데도 원아의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아이를 학대했다”며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두 사람을 폭행 등의 혐의로 약식기소하자 법원은 “징역형이 마땅하지만 약식명령이 내려진 상태여서 벌금형 이상은 선고할 수 없다”며 이들에게 각각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4일 대전지법과 검찰 등에 따르면 A 씨(60)와 며느리 B 씨(37)는 2018년 11월 B 씨의 아이가 다니던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며 보육교사 2명을 수차례 손으로 때리고 가슴 부위를 밀쳤다. A 씨 등은 다른 교사와 원아들이 보는 앞에서 보육교사에게 “저런 ×이 무슨 선생이냐. 개념 없는 것들…” “시집가서 너 같은 ○○ 낳아가지고” 등의 폭언을 하며 15분간 소란을 피웠다.

A 씨 등은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들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과 “학대 정황이 없다”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소견 등을 토대로 교사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A 씨는 이후에도 시청에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어린이집 측은 계속되는 민원으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피해 교사에게 퇴직을 부탁했다고 한다. 피해 교사는 결국 어린이집을 그만둔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 씨 등을 상대로 업무방해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모욕 혐의로 벌금 100만∼2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자 A 씨 등은 검찰의 아동학대 무혐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 등을 약식기소하는 데 그친 검찰의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하며 A 씨와 B 씨에게 각각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7단독 백승준 판사는 판결문에서 “징역형으로 엄중히 처벌함이 마땅하지만 형사소송법상 (검찰이 내린)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백 판사는 “피고인들이 죄질이 매우 나쁨에도 ‘해당 교사가 예의 없고 뻔뻔하게 대응해 흥분한 것일 뿐’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A 씨 등은 이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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