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의 자존심’ 벨라루스를 떠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0-09-30 03:00수정 2020-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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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독재 비판 앞장섰던 노벨상 작가 알렉시예비치 독일로
보좌진 “치료 목적… 돌아올 것” 2000년대에도 탄압 피해 파리行
벨라루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최근 독일로 출국했다. 그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서 활동해 왔다. 민스크=AP뉴시스
동유럽 벨라루스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줄곧 비판했던 유명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72)가 독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정부 시위에 동참했던 유명 여성 정치인들이 루카셴코 정권의 탄압을 피해 잇따라 벨라루스를 떠난 상황에서 ‘벨라루스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알렉시예비치마저 이 대열에 합류해 반정부 시위의 동력이 대폭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시예비치 측 보좌진은 28일(현지 시간)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알렉시예비치가 치료 목적으로 독일에 갔다. 이후 스웨덴,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도서 전시회, 시상식 등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귀국 시기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1개월 정도 후에는 돌아올 것”이라며 “귀국한 후에도 반정부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동유럽 최후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부터 26년간 집권하고 있다. 지난달 9일 대통령 선거에서도 승리해 5년 추가 임기를 확보했다. 하지만 야권은 줄곧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두 달 가까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동참한 알렉시예비치 역시 신변의 위협을 느껴왔다. 이달 9일 수도 민스크에 있는 그의 자택에 복면을 쓴 남성이 진입을 시도했다.

벨라루스인 부친과 우크라이나인 모친을 둔 알렉시예비치는 1948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지만 유년기에 벨라루스로 이주해 평생을 이곳에서 보냈다. 대학 졸업 후 잡지 기자로 활동하다 전업 작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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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른 작가와 달리 기자 경험을 토대로 수년간 수백 명을 인터뷰해 모은 실제 이야기를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목소리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옛 소련 소속으로 나치 독일과 맞선 벨라루스인들의 아픔을 다룬 작품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역시 전쟁 참가자의 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쓰였다. 이 작품은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작가 활동 내내 독재를 일삼는 루카셴코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2000년대에도 루카셴코 정권의 압박을 피해 프랑스 파리에 잠시 머물렀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야권의 대규모 시위와 저항에도 23일 취임을 강행했다. BBC는 “취임 강행에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미국, 유럽연합(EU)은 루카셴코를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벨라루스#알렉시예비치#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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