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대형 재수기숙학원들은 ‘수업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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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인 이상 집합금지명령에도 모평 계기 일시 해제 틈타 강행
학원측 “학부모-학생들이 원해”… 경기교육청 “고발은 지자체 관할”

경기 지역 대형 재수기숙학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운영 제한 조치를 어기고 수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들 학원은 300인 이상 시설이라 지난달 19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집합금지 명령 조치가 내려졌다.

22일 학원가에 따르면 이들 학원은 처음에는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재원생을 모두 내보냈다. 그런데 15일부터 다시 원생들이 들어와 숙식을 하며 수업을 받고 있다. 9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16일 시행됨에 따라 교육당국이 방역당국과 협의해 15일부터 17일 오후 5시까지 일시적으로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한 것이 계기다. 하지만 이들 학원은 17일 이후에도 원생들을 퇴소시키지 않고 운영 중이다. 한 재수기숙학원 관계자는 “외부인 출입 없이 원생들만 모여 있는 기숙학원이 더 안전하기 때문에 모든 학원이 그렇게 하기로(학생들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가 복수의 학원에 전화를 걸어 운영 여부를 물었더니 “답변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A학원 홈페이지에서는 이번 주 조식, 중식, 석식과 간식 식단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동안 공란이었다가 다시 올라온 것이다. 이전에는 중식을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코로나가 안정될 때까지 단일 메뉴로 운영합니다’라는 단서가 붙은 것만 달라졌다.

재수기숙학원이 정부 방침을 어기면서까지 운영을 감행하는 것은 수능을 코앞에 둔 원생과 부모들의 거센 요구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원생들이 학원에서 짐을 싸서 나갈 때부터 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과 교육부에 줄곧 항의를 해왔다. 재수생들은 대부분 올해 1, 2월부터 학원에 입소하고, 코로나19 때문에 통상 허용되던 외출도 않고 공부를 해와서 기숙학원이 더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고교 3학년들은 2학기에 매일 등교를 하고, 14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완화되면서 300인 미만 학원은 운영을 재개하자 300인 이상 대형학원도 집합금지 명령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커졌다. 여기에 대입 수시모집이 23일부터 시작되는데 상담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부모들의 불만이 폭증했다.

이에 급기야 학원들은 정부 명령을 어기고 원생들을 돌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뒤늦게 사실을 파악하고 학원 점검을 나갔다. 하지만 퇴소를 안내할 뿐 교육청이 강제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지자체가 고발할 수 있지 교육청은 불가능하다”며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학원은 원래 교육청 소관이라 영업정지나 고발을 우리가 독자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학원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끝나는 27일까지 버티자는 분위기다. 만약 고발이 이뤄진다고 해도 벌금이 300만 원 수준이라 학생 한 명의 한 달 원비 정도다. 이에 집에서 대형 입시학원에 통학하는 학생들이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등 혼선이 커지는 분위기다. 재수기숙학원에서 퇴소한 뒤 15일 복귀하지 않은 일부 원생들도 교육당국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기자

김성규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경기#대형#재수기숙학원#수업#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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