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켜진 작은 고깃집, 6개 테이블 손님중 5곳서 7명 감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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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동안 21명 밀집해 식사… 환풍-선풍기도 비말 확산시킨듯
마스크 쓴 종업원 4명은 음성
강남 사무실 집단감염 이어져
‘대우디오빌’ 관련 24명으로 늘어 테헤란로 주변 넉달간 200명 확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서울 강남구의 주상복합건물 대우디오빌플러스에서 21일 한 주민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서울 강남구의 주상복합건물 대우디오빌플러스에서 21일 한 주민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뉴스1
부산에서 같은 시간대에 식당을 이용했던 손님들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들은 대부분 코로나19에 걸렸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던 식당 직원들은 감염되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강남 일대 작은 사무실이나 직장 관련 집단 감염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 작은 식당에서 7명 감염

6일 오후 3시 50분경 부산 북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60대 남성 A 씨가 코로나19에 21일 감염됐다. 식당 손님 7명과 확진자의 가족 및 지인 등 2명도 최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이 식당 관련한 확진자는 모두 9명으로 늘었다.

방역당국의 조사 결과 이 남성은 17일 확진 판정을 받은 B 씨와 같은 시간 바로 옆 탁자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2시간가량 지인과 식사를 했는데 이 지인도 이틀 뒤인 19일 확진됐다. 손님 중에는 B 씨보다 먼저 확진된 60대 여성이 있었지만 감염 증상이나 감염력을 감안하면 B 씨가 먼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식당은 탁자가 7개에 불과한 작은 음식점이다. A 씨가 식당에 갔던 날도 6개 탁자에 21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식사를 했다. 이 중 5개 탁자에서 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손님 중 3분의 1이 감염된 셈이다. 식사를 하다 보니 손님들은 당연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반면 마스크를 쓰고 있던 식당 직원 4명은 모두 음성이 나왔다.

식당에는 탁자마다 환기구가 설치돼 있었지만 중간중간 선풍기가 돌아갔다. 에어컨이 켜진 좁은 공간에다 환풍기와 선풍기가 작동하면서 식사와 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비말이 연쇄 감염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방역당국은 확진자의 동선과 간접 접촉자에 대한 진단검사에 따라 감염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좁은 공간에서 에어컨이 켜져 있고 환풍기까지 돌면서 비말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비좁은 공간에서 회식이나 소규모 모임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테헤란로·강남 일대 집단 감염 지속

서울에서는 강남 일대 소규모 사무실이나 오피스텔 관련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주(13∼19일) 확진자 중 집단감염으로 분류한 환자 236명의 사례를 살펴보면 직장이나 사무실 등의 관련 확진자가 101명(42.8%)으로 가장 많았다.

강남구에 있는 주상복합건물 대우디오빌플러스 관련 확진자는 21일 낮 12시 기준 24명으로 집계됐다. 이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17층 규모로 오피스텔과 아파트 700여 가구가 입주해 있다. 확진자는 이 건물의 4개 층에서 나왔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한 빌딩 안에 굉장히 많은 사무실이 있고 발생한 곳도 각각 다르다”며 “(확진자나 사무실 간의) 교류 및 역학적 연관성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통신판매업체 KT1Q는 이날 신규 집단감염 사례로 분류됐다. 14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총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강남 일대 다단계 방문판매 업체 관련 확진자도 적지 않다. 테헤란로 주변에서만 6월 이후 2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서울 강남지역) 오피스텔에서 다단계나 투자설명회가 상당수 열리고 여러 직장의 콜센터 등도 강남지역에 많다 보니 이쪽을 중심으로 한 유행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며 “이 지역의 검사나 방역 역량 강화를 위해 지자체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kyu@donga.com·이지훈 / 부산=조용휘 기자
#코로나19#부산 고깃집#집단 감염#대우디오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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