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규제 3법’ 반발, 기업 봐달라는 게 아니라 역차별 말라는 것

동아일보 입력 2020-09-22 00:00수정 2020-09-22 00: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경제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3법 자체를 거부하거나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여당이 드라이브를 걸면서 법안들이 연내에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경제계가 ‘기업규제 3법’이라고 부르며 반대하는 건 해외에도 유례가 없는 급진적이고 과격한 규제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감사위원을 주총에서 별도로 선임하도록 하고, 이때 대주주는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하도록 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는 세계적으로 입법 선례가 없다. 경영에 간섭하려는 투기자본에 대문을 열어주는 법안이다. 미국 일본은 이사회가 감사위원을 선임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어제 “꼭 도입해야 한다면 투기펀드 등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시도할 경우만이라도 ‘대주주 의결권 3% 룰’을 풀어 달라”는 의견서를 국회에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식 반기업 규제’란 비판에 여당은 ‘재벌이 한국에만 있기 때문’이란 식으로 받아치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 현대차그룹 경영 개입에서 확인된 것처럼 한국의 대표 기업마저 외국 투기자본 공격에 수시로 시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시절부터 ‘경제민주화’에 관여했던 김종인 위원장은 “우리도 과거에 하려던 것이니 일단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기업들의 경쟁 환경과 지배구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간과한 것이다. ‘기업은 개혁 대상’이란 정경유착 시절 고착된 기업관을 21세기 당의 정책에 반영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제계가 지금 정치권에 호소하는 것은 대기업을 옹호해 달라는 게 아니다. 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우리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없는 무리한 규제로 ‘역차별’ 당하며 국내에서 발목 잡히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경제계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법안의 조항 하나하나가 경제의 미래, 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경제 원칙에는 맞는지 진지하게 따져보고 고민해야 한다.
주요기사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반기업#대기업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