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출입금지된 캠퍼스서… 시끌벅적 술판 벌이는 외부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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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사각지대’ 우려 커지는 대학가

정문엔 ‘출입통제’ 팻말… 쓰레기통 주변엔 널브러진 술병 1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정문에 외부 차량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설치물이 놓여 있다. 서울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 이후인 지난달 19일부터 이 같은 조치를 해왔다(왼쪽 사진). 6일 인천 연수구에 있는 연세대 국제캠퍼스 내
 한 쓰레기통 주변에 술병 등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김윤이 인턴기자·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
정문엔 ‘출입통제’ 팻말… 쓰레기통 주변엔 널브러진 술병 1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정문에 외부 차량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설치물이 놓여 있다. 서울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 이후인 지난달 19일부터 이 같은 조치를 해왔다(왼쪽 사진). 6일 인천 연수구에 있는 연세대 국제캠퍼스 내 한 쓰레기통 주변에 술병 등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김윤이 인턴기자·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
“외부인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시끌벅적하게 술판을 벌여서 불안해요.”

17일 오후 7시경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서울시립대 관리실에 민원이 접수됐다. 60대로 추정되는 인근 배봉산 등산객 4명이 캠퍼스 기숙사 잔디밭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술판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고자인 대학원생 원모 씨(28)는 “요즘처럼 방역이 중요한 시기에 출입이 금지된 외부인들이 단체로 캠퍼스에서 술판을 벌여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한강공원 등의 야외시설 출입이 제한되고 연일 화창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학 캠퍼스로 발길을 돌려 술자리를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 시행으로 교내에 학생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재학생은 물론 외부인들까지 들어와 술을 마시는 경우가 적지 않아 대학들이 고심하고 있다.

○ 외부인들 막으려 대문 걸어 잠근 대학들

서울시립대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16일부터 외부인 출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학교 측에 접수된 ‘외부인 주류 취식’ 관련 민원은 지난주(7∼13일) 2건에서 14∼18일 9건으로 크게 늘었다. 대다수 다른 대학도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대문을 걸어 잠갔지만 출입로가 여러 개인 캠퍼스 특성상 외부인 출입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대는 외부 방문객이 많이 오는 경영대 앞 잔디밭 등 캠퍼스 곳곳에 15일 출입통제선을 쳤다. 캠퍼스 안 나무와 전봇대 등에 ‘출입 금지’가 적힌 띠를 둘렀다. 또 하루 1회씩 하던 캠퍼스 단속을 2회로 늘렸다. 고려대도 마스크 미착용과 학내 주류 취식 행위를 24시간 모니터링하려 순찰을 강화했다.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에서 10명 이상의 외부인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술판을 벌이고 퇴장 요구를 거부하자 내린 조치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도 최근 외부인 4명이 술판을 벌이다가 주민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 재학생들도 ‘노마스크’ 술자리… 자성 목소리

캠퍼스에서 술판을 벌이는 것은 재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8일 서울 소재 대학 8곳을 둘러보니 캠퍼스 곳곳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술을 마시는 장면이 다수 목격됐다. 곳곳에서 “날씨가 이렇게 좋을 땐 야외에서 마셔야 제맛이지” 등의 말소리가 들렸다.

이날 오후 5시경 서울 동작구 중앙대 캠퍼스에선 재학생으로 보이는 5명이 둘러앉아 마스크를 벗어두거나 턱에 걸친 채 맥주를 들이켰다. 오후 7시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운동장 쓰레기통에는 버려진 맥주캔이 가득했다. 인근 주민 김모 씨(42)는 “청년들이 주로 찾던 ‘홍대 놀이터’가 당국에 의해 폐쇄되자 학교 운동장에서 술판을 벌이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홍익대는 외부인 출입을 막지는 않고 있다.

학내 커뮤니티 등에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고려대 총학생회는 교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최근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야외로 많은 학생이 모이고 있다”며 교내 광장 등에 밀집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6일 성균관대 재학생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는 “잔디밭 노상에서 단체로 술을 먹고 나무에 노상방뇨를 하는 걸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와 20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학생은 댓글에서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 김성규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김윤이 인턴기자 연세대 계량위험관리학과 4학년
#대학 캠퍼스#외부인 주류 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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