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골적 親대만 행보… 中, 대만 인근에 초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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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리덩후이 前총통 장례에 크라크 국무부 차관 조문 보내고
미사일 등 첨단무기 7종 판매 계획… 中 “내정간섭 절대 용납못해” 반발
군용기 2대 대만 방공구역 선회… 美-대만 향해 경고성 시위 나서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속에서 미국과 대만이 한층 밀착하고 있다. 미국은 고위직 관리를 대만에 보내는가 하면 첨단 무기 판매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친(親)대만 행보가 노골화되자 중국은 대만 인근에 초계기를 띄우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7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이날 오후 타이베이에 도착해 19일까지 2박 3일간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크라크 차관은 국무부 관리로서는 1979년 미국과 대만의 단교 이후 41년 만에 대만을 방문하는 최고위 인사다. 앞서 미 국무부는 16일(현지 시간) 크라크 차관이 19일 진행될 고(故)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의 고별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대만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대만 언론들은 크라크 차관의 이번 방문을 미국과 대만 간 경제 협력 강화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중앙통신사는 “크라크 차관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대만의 경제 분야 협력이 더 확대될 것”이라면서 “대만이 원하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앞서 8월에는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했다.

미국과 대만은 경제 분야 외에 군사적으로도 가까워지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대만 간의 무기 판매와 연관된 미 의회, 군수산업계 전문가 등 4명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대만에 지뢰와 순항미사일, 드론 등 7개 주요 무기 시스템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을 의식해 대만에 무기 판매를 자제해 왔다. 대만 언론들은 “미국이 대만에 무기 7종을 한꺼번에 판매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에 판매되는 무기는 중국군의 대만 상륙을 염두에 둔 무기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즉각 반응했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국무원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고, 외부 세력의 간섭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는 대만을 ‘미수복 지방’으로 보며, 대만과 국제 사회의 교류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은 리덩후이 전 총통을 ‘대만 독립 세력의 수괴’라며 강력히 비난해 왔다.

또 16일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 윈(運·Y)-8 대잠초계기 2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 서남쪽 방향에서 진입했다고 밝혔다. 대만 롄허(聯合)보는 폭뢰와 어뢰 등을 탑재해 단독 작전이 가능한 윈-8 대잠초계기가 이 지역에서 반복하여 선회 비행을 한 것은 미국과 대만에 대한 일종의 경고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8월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 때에도 중국 전투기 2대가 중국과 대만 사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침범해 대만 공군기가 긴급 대응 출격하는 등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중국#대만#내정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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