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원저수지에서 아기 수달 탄생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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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1.1kg의 6주 된 수컷 발견… 저수지 일대 수달부부의 새끼 추정
달서구, 도시생태축 복원사업 선정… 내년부터 2022년까지 추진 계획

14일 최동학 동인동물병원장이 대구 달서구 도원저수지에서 발견된 수달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14일 최동학 동인동물병원장이 대구 달서구 도원저수지에서 발견된 수달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8일 오전 대구 달서구 환경보호과에 다급한 전화벨이 울렸다. 도원동 도원저수지 주변 텃밭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 새끼 수달 한 마리가 철조망에 발이 걸린 채 버둥거리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 전화였다.

때마침 저수지 주변을 순찰하고 있던 동료들이 급히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를 떠올린 김채환 환경보호과장은 “소방대원이 구조한 수달은 잔뜩 겁을 먹고 움츠렸다. 몸 상태를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수달 전문 구조병원인 중구 동인동물병원에서 진료한 결과 수달은 다친 곳이 없었다. 몸무게는 1.1kg, 몸통 32cm, 꼬리가 20cm인 수컷으로 태어난 지 6주 정도 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과장은 “한국수달연구센터 등 전문가에게 자문한 결과 도원저수지에서 앞서 발견한 수달 한 쌍의 새끼인 것 같다. 최근 긴 장마와 태풍으로 보금자리를 잃고 주변을 헤매다가 가족과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서구가 지난해 8월부터 추진한 생태복원사업이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그즈음 도원저수지 일대에서 계속 목격담이 나오고 있는 암수 수달이 가족을 만든 것은 소중한 성과다.

달서구와 한국수달보호협회는 당시 도원저수지에서 수달 한 쌍이 자주 보인다는 주민 제보를 바탕으로 서식 실태 조사 및 보전 대책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마침 수달 한 마리는 대구시가 개체를 보호하기 위해 위치추적장치를 삽입한 상태였다.

이 수달의 이동 경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험한 구간을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하천을 따라 이동하는 수달의 습성을 벗어나 달성군 가창댐과 청룡산 등을 넘어서 힘겹게 오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결 통로 역할을 해야 할 인근의 진천천 구간은 복개도로여서 수달이 찾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달서구는 올해 3월 이 같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부의 도시 생태축 복원사업에 공모했는데 새끼 수달이 발견된 날 선정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총사업비 50억 원을 투자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수달을 비롯해 맹꽁이 남생이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수밭골천과 도원지·월곡지, 진천천, 달성습지를 잇는 생태축을 복원해 자연과 사람, 도시가 공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달서구는 도원저수지에 살고 있는 수달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고 이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카메라를 설치한 인공섬도 만들 계획이다. 공사 때 지하에서 발생하는 유출수를 버리지 않고 하천 유지수로 활용하는 등 생태 복원의 의미를 되살려 전체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달서구는 도원저수지와 어우러진 월광수변공원을 자연과 시민이 공존하는 생태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총사업비 95억 원을 들여 도원저수지 서편 산자락에 힐링 산책로와 쉼터를 만들고 있다. 최근 공원을 자주 찾는 방문객들을 위해 주차장도 넓혔다. 월광수변공원은 결혼을 주제로 한 상징 조형물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면 도시의 품격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지역의 개성이 넘치는 생태 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관광 코스를 개발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도원저수지#아기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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