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 갈등이 촉발한 IT 세계대전, 도전이자 기회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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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 수 없다. 어제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母)회사 바이트댄스가 북미지역 사업권을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에 넘기기로 했다. 세계 IT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뉴스들이 이렇게 동시에 터져 나오는 건 코로나19 사태 발생으로 증폭된 미중 갈등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15일부터 자국 장비와 기술, 소프트웨어로 만든 반도체를 허가 없이 중국의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제재했다. 화웨이가 5G 장비를 통해 스파이 활동을 한다는 게 미국 측 의심이다. 세계 1위 5G 장비업체,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는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 중국계 업체인 바이트댄스의 틱톡 북미사업권이 오라클에 넘어간 것 역시 미 정부의 압박 때문이다.

같은 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는 영국 반도체설계 업체 ARM 지분을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약 47조4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90%인 업체다. 퀄컴 애플 삼성전자가 모두 이 업체에 의존한다. 세계 주문형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빅딜이다.

이번 ‘IT 세계대전’은 한국 경제에 심대한 도전이자 기회다. 화웨이에 대한 수출 중단으로 삼성전자 매출의 3.2%, SK하이닉스의 11.4%가 타격을 받는다. 5G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1위 통신업체 버라이즌에 5년간 8조 원 규모의 5G 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의 중국 압박은 11월 대선에서 누가 당선돼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두 대국 사이에 낀 우리 기업들이 선전(善戰)할 수 있도록 치밀한 국가 전략을 고민할 때다.
#it 세계대전#미중갈등#화웨이#삼성전자#sk하이닉스#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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