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집값 통계… 표본 수는 KB, 조사지역은 감정원이 많아[인사이드&인사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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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원-KB부동산 통계 차이점

이새샘 산업2부 기자
이새샘 산업2부 기자
“민간기관인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전세가격 변동률이 한국감정원보다 훨씬 가파릅니다. 장관님께선 그래도 아파트 매매가격에 이어 전세가격도 감정원 통계를 인용하시는지요? KB부동산 통계를 인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국민의힘 김은혜 의원)

“과거에는 KB부동산 통계를 사용하다 KB부동산 통계가 호가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2013년부터 감정원 통계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부동산 통계를 놓고 야당 의원과 정부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감정원 통계가 국가공인 통계이니 기준이 돼야 한다”는 정부 측 입장과, “정부가 정책 추진에 유리한 통계를 취사선택한다”는 야당 측 입장이 맞섰다.

논란의 시발점은 올해 6월이었다. 6월 23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KB부동산 통계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2017년 5월∼2020년 5월)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5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직후 국토부는 국가 공인 통계인 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를 인용해 해당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4.2%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경실련은 국토부 발표의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라며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이렇게 시작된 논란이 국회로 옮겨간 것이다.

○ 가격 상승-하락 전환기마다 논란 반복

경실련과 국토부 간 논쟁은 매매가격지수와 중위매매가격이 서로 다른 통계라는 점에서 빚어졌다. KB부동산과 한국감정원은 모두 매매가격지수, 중위매매가격, 평균매매가격 등을 집계하고 있다. 이 중 매매가격지수는 각각 보유한 주택 표본을 조사한 후 실거래 가격과 시장에서 실제 거래 가능한 가격 등을 종합해 시세를 집계한 뒤 시계열 보정 등 통계기법을 더해 산출한다. 매매가격 변동률은 이 지수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는 통계다. 반면 중위매매가격은 보유한 주택 표본을 일렬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표본 가격을 말한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제 가격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파트가 멸실되고 또 새로 지어지면서 표본 자체가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시계열의 가격 변화를 보여주기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같은 종류의 통계인 매매가격지수와 매매가격 변동률로도 감정원과 KB부동산이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 같은 통계 신뢰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9·13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한동안 하락세를 탈 때도 비슷한 논란이 빚어졌다. 지난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감정원 통계로는 전월 대비 0.41% 떨어졌지만 KB부동산 통계로는 0.01%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감정원 통계로는 가파른 하락세가 나타났는데, KB부동산 통계로는 보합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해 7월 서울 아파트 값이 상승 전환할 때 감정원은 0.07%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KB부동산은 0.37%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1∼6월) 12·16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부동산 시장이 식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감정원은 4월(―0.1%), 5월(―0.2%) 연속해서 하락세를 보였지만 KB부동산은 4월 0.15% 상승, 5월 0% 변동하며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감정원이 상승세는 소극적으로 반영하고, 하락세는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 “표본, 조사 방식 등 다른 별개의 통계”

두 기관의 통계를 나란히 놓고 보면 중장기 가격 등락 등 큰 흐름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시차는 있지만 결국 같은 흐름을 보이고, 상승 폭과 하락 폭에서 주로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해 감정원과 KB부동산은 두 통계가 완전히 다른 별개의 통계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두 통계는 표본 수와 조사 지역이 다르다. 감정원은 전국에서 총 2만8360개 표본을 활용해 통계를 낸다. 아파트 표본은 1만7190개다. KB부동산은 전국에서 3만6300개 표본을 활용하고, 이 중 아파트는 3만1800개다. 표본 수는 KB부동산이 더 많지만 조사 지역은 감정원이 더 많다. 아파트는 203개 시군구(KB부동산은 172개), 단독·연립주택은 211개 시군구(KB부동산은 153개)를 조사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펴보는 데는 KB부동산이 유리하지만 전국 다양한 지역의 주택 종합가격을 살피는 데는 감정원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표본은 어떤 식으로 추출할까. KB부동산의 경우 자체적으로 표본을 추출하되, 지역별 주택의 수, 전용면적별 비중 등을 고려해 모집단을 정확히 반영하는 전문적인 표본 추출방식을 사용한다. 감정원의 경우 공정성 논란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표본을 추출하는데, KB부동산과 마찬가지로 통계 집계 시 사용하는 전문적인 추출 기법을 사용한다.

이 표본을 조사하는 방식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감정원은 조사원이 직접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시세를 판단하는데, 만약 최근에 거래된 유의미한 실거래 기록이 없다면 인근 공인중개업소 등에 물어 현 시세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조사한다. KB부동산의 경우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은 같고, 공인중개업소가 직접 입력하는 ‘거래 가능한 가격’을 종합해 시세를 집계한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도 이해해야 한다. 부동산에는 공산품 가격처럼 정해진 가격이 없다. 매일 일정한 물량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가계약, 계약, 잔금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장기간 거래된다. 가계약만 성사돼도 실제 거래가 됐다고 볼 것인지, 집주인의 호가를 얼마나 반영할지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이는 거래 사례가 극도로 줄거나 실거래 가격 흐름이 상승이나 하락 한쪽으로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는 전환기에 있을 때 더 크게 통계에 반영된다. KB부동산 관계자는 “두 기관의 통계는 서로 다른 통계일 뿐, 서로 차이가 난다고 어느 한쪽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통계의 정확도에 대한 일부 오해도 있다. 예를 들어 KB부동산이 호가를 더 많이 반영한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KB부동산 측의 설명이다. KB부동산 관계자는 “집주인이 내놓은 가격이 호가이고, 저희가 통계에 활용하는 것은 중개업소가 판단한 ‘거래 가능한 가격’으로 둘은 다르다”며 “만약 직전 실거래가와 너무 크게 차이가 나는 등 튀는 숫자가 입력되면 중개업소에 다시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위에서 “(감정원 통계는) 오래된 주택을 많이 포함시켜 주택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도록 한 부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정원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표본을 새로 추출하기 때문에 1년간 멸실되거나 새로 입주하는 주택은 이듬해 표본에 포함되는 면은 있지만 외부 기관에 의뢰하는 만큼 특정한 방향으로 표본 추출에 감정원이 관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부동산 통계 중요성 점점 더 커져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통계 신뢰성 논란이 쓸모없는 논쟁이라고 할 순 없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가 높은 만큼 정부 대책도 더 세밀해지고 있고, 통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토부는 지난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지정하면서 동 단위로 규제지역을 지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동안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은 모두 시군구 단위로 지정돼 왔는데, 처음으로 동 단위로 지정한 것이다. 국토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주택가격 동향조사 관련 예산을 올해 67억2600만 원에서 82억6800만 원으로 22.9% 증액하고 표본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다. 월간조사 표본은 현재 2만8360개에서 2만9110개, 주간조사 표본은 9400개에서 1만3720개, 상세조사 표본은 현재 6600개에서 2만100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표본 수가 적어 정확도가 떨어진다거나, 읍면동 단위 규제를 도입할 정도로 충분한 표본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 그간의 비판을 수용해 표본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하는 것은 옳지만 정부가 통계 논란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계 자체는 객관적인데 각자 자기가 주장하는 바에 맞는 통계만 보며 정부를 비판하고 반박하는 것이 문제”라며 “완벽한 통계는 없는 만큼 정부가 객관적, 종합적으로 통계를 파악하고 반영한다면 불필요한 논란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산업2부 기자 iamsam@donga.com
#집값#부동산#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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