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예배 고수… 소형교회發 감염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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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 10곳중 7곳 20인 미만 교회
큰권능교회 예배 32명중 16명 양성
시설 열악… 규모 작아 거리두기 안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큰권능교회’는 상가 지하에 입주한 작은 교회다. 규모는 217.9m²(약 65평) 남짓하고 교인은 21명이 전부다.

이 교회의 예배 참석자 중 절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지난달 27일 첫 감염자가 나온 지 4일 만에 관련 확진자가 29명으로 늘었다.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큰권능교회 대면 예배에는 교인과 방문자 32명이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1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1명은 음성이 나왔지만 나머지 15명은 아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이 교회 교인 1명이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경기 고양시 일이삼요양원에서도 전날 관련 확진자가 11명 나왔다.

문제는 큰권능교회의 감염률이 50%에 이른다는 점이다. 교인 수가 100만 명인 여의도순복음교회(1% 미만)나 사랑제일교회(25%)와 비교해 감염률이 훨씬 높다. 검사 대상자의 절반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큰권능교회 감염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31일 확진자 4명이 나온 서울 노원구 벧엘장로교회도 상가에 있는 130m²(약 40평) 정도의 작은 교회다. 매주 예배를 보러 10여 명이 오기는 하지만 등록된 교인은 고작 4명이다.

작은 교회가 집단 감염에 취약한 이유는 대면 예배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재정이나 시설이 열악해 비대면 예배에 필요한 장비나 인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도 예배 공간이 좁다 보니 다닥다닥 붙어 앉을 수밖에 없어 감염에 취약하다.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대면예배를 강행한 교회를 적발한 결과 적발된 40곳 중 교인 20명 미만인 작은 교회가 29곳으로 전체의 72%였다. 나머지 11곳도 대부분 교인 수가 50명을 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배 인원이 적어도 교회가 크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충분히 잘되는데, 작은 교회는 예배당 크기도 작아서 거리 두기가 충분히 안 되는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큰권능교회 같은 작은 교회가 새로운 ‘고(高)위험 감염원’으로 지목되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작은 교회의 집단감염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워낙 영세하다 보니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예배 시설도 없고 열악한 환경에서 집단 취식을 하기도 해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김하경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소형교회#큰권능교회#집단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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