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스포츠 전도사’ 오정훈 이수중 교장 “생태스포츠, 공존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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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스포츠 전도사를 자처한 오정훈 이수중학교 교장.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생태스포츠 전도사를 자처한 오정훈 이수중학교 교장.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서로에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살아갑니다. 스포츠도 스포츠 자체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교육 등 다른 분야와 상호관계를 맺고 있죠. 생태스포츠는 스포츠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만든 개념입니다. 그래서 생태스포츠의 핵심 가치는 공존입니다.”

오정훈 이수중학교 교장은 요즘 ‘생태스포츠’라는 개념을 열심히 알리고 있다.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위세를 떨치면서 본격화된 사회적 멈춤 현상을 지켜보면서 정리한 생각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코로나19였지만 잊을 만하면 재발하는 스포츠계의 인권침해와 성폭력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오 교장은 이수중 교장을 맡기 전 서울체육중학교 교감을 지내기도 했다. 12일 그를 만나 생태스포츠가 왜 필요하고 학교교육에는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생태스포츠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로 면대면 수업이나 훈련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수업 콘텐츠 개발이나 온라인 훈련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이와 함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고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 선택이나 대학 핸드볼팀의 합숙 중 발생한 폭행사건 등을 보면서 인권침해 부분을 같이 고려했다.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은 ‘야수적 경쟁 이데올로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의 본질이 경쟁인 것은 틀림이 없지만 상대방을 무너뜨려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승자독식 문화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불공정 불평등 불의를 용인하는 우리 사회 문화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반복되고 있는 스포츠계 인권침해 문제는 처벌 강화나 교육·계몽만으로 해결될 수 없고 공존을 위한 경쟁 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있어야 개선될 수 있다.”

―생태스포츠 핵심 가치로 공존을 선택한 이유는….

“스포츠는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영역과 상호작용하며 서로 영향을 미친다. 공존이 중요한 이유다. 공존에는 다양성 연대 공감 조화 정의 평등 등의 다양한 가치들이 포함돼 있다. 운동선수들에게 운동기능을 높여 상대방을 꺾는 것만 가르쳐선 안 된다. 승자의 배려와 패자의 승복도 가르치고 공정한 심판이 왜 필요한지, 관중의 환호가 왜 필요한지 등을 지도해야 한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간 균형이 필요한 것 같다.

“‘엘리트 체육이 더 중요하냐, 생활체육이 더 중요하냐’는 소모적 논쟁일 뿐이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대립적 개념이 아니고 서로 보완하는 관계다. ‘와, 김연아’ ‘류현진 멋있어’라고 하는 낙수효과가 생겨야 아이들이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스포츠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다. 저변이 넓어지니까 거기서 훌륭한 선수들이 나오는 분수효과가 나타난다. 두 효과가 시너지를 내듯이 생태스포츠 관점에서 보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공존해야 한다.”

―평소 ‘스포츠는 운동학습’이라고 강조해왔는데….

“‘왜 공부 안하고 운동하느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공부가 교과학습이라면 스포츠는 운동학습이다. 다른 형태의 학습방법일 뿐이다. 학생선수들은 스포츠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훌륭한 학습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리사가 되고 싶어 요리 관련 특성화학교에서 요리실습을 하는 것을 공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학생선수들에게 교과학습이 필요하지 않나. 이수 중에서 어떤 시도들을 하고 있나.


“학생선수들은 스포츠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스포츠를 주제로 한 융합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영어를 가르치고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들이 농구장의 프리스로 라인을 정확하게 그리려면 원주율 반지름 지름 등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4명을 한 조로 짜서 400m 육상 트랙을 그리게 하면 곡선주로를 이해하기 위해 수학적 사고를 하게 된다. 스포츠영화를 30분 정도로 편집을 해서 보여준 뒤 인성교육을 하고, 주인공 대사 부분을 정지시켜 놓고 학습하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축구선수 박지성의 승리 인터뷰 영상을 자막 없이 시청한 뒤 영어자막, 한글자막을 보여주면 내용이 점점 명확해진다. 박지성 영어를 한 문장씩 외워 똑같이 말하게 하기도 한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에듀플러스#생태스포츠#오정훈#이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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