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감염되면 왜 후각을 잃어버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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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코로나 감염경로 연구… 콧속 효소의 세포감염 경로 밝혀
감기-독감의 후각상실과 달리… 콧물 없고 자유롭게 숨쉬기 가능

송모 씨(34·여)는 일주일 전부터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 같아 동네 이비인후과에 내원했다가 선별 검사소로 보내졌다. 송 씨는 이틀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내원 당시만 해도 고열, 목 통증 등 다른 코로나19 증상이 전혀 없었다.

신광철 미래이비인후과 원장(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공보이사)은 “비말(침) 등을 통해 입으로 들어온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두 점막에 붙어 목에 염증과 통증을 일으킨다. 이렇게 구강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기관지를 따라 호흡기 전체에 퍼지고 일부는 소화기관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반면 송 씨처럼 코를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코 안쪽에 비교적 오래 머물면서 후각만 소실시키기도 한다. 초기 증상도 비교적 경증으로 나타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앤드루 레인 이비인후과 교수와 연구진은 비강에서 채취한 검체로 코로나19가 어떻게 후각 상실을 일으키는지 연구했다. 연구 결과는 유럽 호흡기저널에 실렸다.

코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로 들어오는 경로 중 하나다.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후각 마비를 일으키는 이유를 코에서 후각을 담당하는 부분에만 존재하는 효소의 농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ACE-2’로 불리는 이 효소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 세포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키는 ‘진입로’가 되는 셈이다.

후각상피 점막의 ACE-2 농도는 코 안이나 기도 등과 비교해 낮게는 200배, 높게는 700배나 높았다. 만성 축농증 등의 치료 병력과 상관없이 모든 후각상피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냄새 정보를 뇌로 보내는 후각 뉴런(신경세포)에선 ACE-2 단백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후각상피는 집중적으로 공격하지만 후각 신경세포를 건드릴 가능성은 적다는 걸 시사한다. 레인 교수는 “우리 몸에서 후각상피는 바이러스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위”라며 “게다가 ACE-2 농도가 높아 코로나 감염에 특히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후각 상실은 심한 감기나 독감으로 겪을 수 있는 후각 상실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환자가 후각을 상실하는 경우 이는 갑작스럽게 나타나며 정도도 심각한 편이다.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 대부분은 여전히 자유롭게 숨 쉬는 게 가능하다.

또 다른 차이는 코로나19 환자는 감기 환자와 달리 ‘정말로’ 미각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후각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해 맛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스트앵글리아대의 칼 필포트 교수는 코로나19 환자 10명, 심한 감기 환자 10명, 그리고 감기나 독감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 10명 등 30명을 대상으로 후각과 미각 검사를 실시했다. 후각 상실은 코로나19 환자에게서 훨씬 심했다. 냄새를 분별하는 데 애를 먹었으며 단맛이나 쓴맛을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료#코로나전염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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