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공학에 안맞는다는 것은 편견… 체험기회 적었을 뿐”

‘2020 여학생 공학주간’ 행사… 전국 여중고생 1400명 참여
AI-드론 등 다양한 공학 체험… 女과학기술인 5명과 대화도

12일 목포대에서 진행된 여학생 공학주간 전공체험 및 멘토링 프로그램 중 가상공간 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학생들이 결과물을 전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WISET 제공

“여학생들의 이공계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다양한 공학 체험 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소장은 여학생들이 이공계에 진출하지 않는 현상의 원인으로 공학 분야가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편견과 함께 성장 과정에서 이공계를 체험할 기회가 적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다양한 체험 기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2일 진행된 '여성과학자와 함께하는 방구석 사이언스 토크에 약 4000여 명의 온·오프라인 참가자가 함께 했다. 사진제공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여성 인력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여전하다. 2017년 전체 대학 공학계열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에서 남녀 학생의 수학, 과학 점수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에 확인됐지만,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체험 기회 부족으로 이공계를 선택하는 여학생이 적은 게 실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WISET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 여학생 공학주간’ 행사를 10∼22일 개최했다. 전국 중고등학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공학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진학을 독려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올해는 전국 8곳에서 14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빅데이터와 3차원(3D) 프린팅, 화장품 신소재, 영상애니메이션 공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주제의 행사가 열렸다. WISET 전남지역목포대사업단은 10∼12일 드론 시뮬레이션 체험과 건축모형 제작 등 다양한 전공체험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WISET 관계자는 “특히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프로그램 ‘앱 인벤터’를 활용해 카메라 앱을 만드는 활동에 많은 여학생들이 흥미를 보였다”고 말했다. 전남 완도고 2학년 이채령 학생은 “여러 변수들을 빠짐없이 고려해 프로그래밍하는 과정이 어렵긴 했지만, 학문 간의 융합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건축분야 활동에 참여한 전남 남악고 2학년 최은진 학생은 “예술과 건축의 차이를 설명할 때 건축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 공간 안에 사람이 사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며 “원래 화학공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사람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건축 분야 진로도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여성과학자와 함께하는 방구석 사이언스 토크’가 열렸다. 박수경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과 박은정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교수,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 이해정 미국표준기술연구소 연구원, 이채영 애플 엔지니어 등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여성과학기술인 5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유망 과학기술을 소개하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강상욱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여학생 공학주간 행사를 통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경험을 한 여학생들이 우수 여성공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여학생공학주간 행사는 ’세계 여성공학의 날‘(INTERNATIONAL WOMEN IN ENGINEERING DAY)행사와 연계 추진되어 의미를 더했다. INWED는 여학생의 공학분야 진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고 공학분야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전개되는 국제적 캠페인이다. 올해는 ’여성 엔지니어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놀라운 일‘이라는 주제로 추진 중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