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들, 호통 치고 비아냥 답변… ‘국회 무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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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추미애 거의 안하무인… 20년간 몸담았던 국회 모독”
박지원-이인영, 청문회서 ‘훈계’… “정부-국회 관계 금도 넘어서” 지적

176석 슈퍼 여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을 등에 업은 문재인 정부 장관급 인사들의 국회를 향한 태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안보고에 나선 장관은 야당 의원들에게 “소설을 쓴다”고 비아냥대는가 하면 자신의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훈계와 질타를 퍼부으며 청문회를 통한 정상적인 검증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소설을 쓰시네”라고 발언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거의 안하무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추 장관이) 거의 국회에서 난동을 부린 수준”이라며 “인품이 천박한 것 아니냐”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추 장관이 자신이 20년간 몸담았던 국회를 모독한 사건이고, 민의의 전당 국회를 향해 침을 뱉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에서 격렬한 반응이 나오는 건 최근 장관급 인사들의 언행이 그동안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에 지켜졌던 금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추 장관은 2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질의에 나선 통합당 곽상도 의원에게 “의원님은 저한테 시비 걸려고 질문하는 것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3일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에게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통합당 태영호 의원에게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밖에 볼 수밖에 없다”고 공격했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7일 인사청문회에서 “55년 전이면 존경하는 우리 하태경 위원님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다”라고 비아냥댔다. 국민을 대신해 청문회 등에서 질의하는 야당 의원들을 행정부가 존중하던 그동안의 관행을 저버린 셈이다.

장관급 인사들의 국회 무시 논란은 21대 국회 개원 때부터 예고돼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시선이다. 여당은 의석 176석에 친여 성향의 10여 석까지 합치면 개헌 말고는 사실상 국회 운영과 관련한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다. 반면 야당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 말고는 대응할 수단이 없을 정도로 무력한 상황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여당, 청와대, 행정부가 한 몸처럼 되다 보니 장관들의 국회 태도가 극도로 불성실해지고 있다. 좋든 싫든 국민 대표 기관인데 최소한의 예의도 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미래통합당#더불어민주당#추미애#박지원#이인영#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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