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돕던 큰손들 “트럼프 사라져야 공화당 지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美분열 조장” 이유로 등돌려… 트럼프 낙선캠페인에 거금 내
레이건재단, 트럼프 대선캠프에 “레이건 이미지 사용 말라” 항의도
트럼프, 1200달러씩 재난지원금
1조달러 규모 5차 부양안 내놔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재선에 위기를 맞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공화당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 공화당 후원자 가운데 ‘공화당의 가치를 위협하고 미국의 분열만 조장하는 트럼프를 돕느니 야당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미 보수의 거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재단 측은 “레이건의 이름과 이미지를 재선에 이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은 월마트 상속자 크리스티 월턴, 유명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 창업주 앤디 레들리프, 울버린 석유가스의 시드니 잰스마 이사회 의장 등 공화당을 후원했던 거부들이 트럼프 낙선 캠페인 ‘링컨 프로젝트’에 몸담고 있다고 24일 전했다.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의 남편이지만 반(反)트럼프 성향으로 유명한 변호사 조지 콘웨이, 스티브 슈밋 등 공화당 전략가와 전 의원들이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말 설립된 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2000만 달러(약 240억 원)를 모았다. 특정 후보를 겨냥한 낙선 운동 모금액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테네시주에서 대형 농장을 운영하는 지미 토시 씨는 “거짓말쟁이가 공화당의 장기 건전성을 위협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 트럼프가 사라질 때까지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친트럼프 성향 상원의원을 축출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레이건 재단은 최근 트럼프 재선 캠프 측에 “기부 독려 주화에 레이건 이미지를 사용하지 말라”는 메일을 보냈다. 재단이 레이건 이미지의 독점 사용권을 보유했는데도 상의 없이 기념주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다. 앞서 트럼프 캠프는 트럼프와 레이건의 이미지가 들어간 2개의 황금색 주화를 만든 후 지지자에게 “이를 받고 최소 45달러 이상을 기부하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감세, 미국 우선주의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상당 부분이 레이건 행정부와 겹치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본인이 레이건과 비슷하다고 강조해 왔던 터라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CNN과 여론조사회사 SSR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경합지인 플로리다, 미시간, 애리조나 등 3개 주에서 모두 바이든 후보에게 뒤졌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9∼21일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전국 지지율 결과에서도 40.9%로 바이든 후보(49.6%)에게 8.7%포인트 밀렸다. 뉴스위크는 “대선이 실시되는 해 여름의 여론조사에서 뒤지다가 역전시킨 현직 대통령은 1948년의 해리 트루먼뿐”이라고 지적했다.

11월 3일 대선일에는 상원 100석 중 35석을 뽑는 선거도 동시에 치러진다. 정치매체 더힐은 현재 53석을 점유한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상원 다수당 위치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수전 콜린스(메인),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마사 맥샐리(애리조나) 의원 등이 낙선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트럼프 행정부는 1인당 1200달러(약 144만 원)의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포함한 1조 달러(약 1200조 원) 규모의 5차 경기 부양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4차례에 걸쳐 2조80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번 안의 핵심은 코로나19 실직자에게 기존 실업급여 외에 매주 600달러씩 추가 지급하던 것을 ‘실직 전 임금의 70%’까지 보장해 주는 데 있다. “실업급여가 월급보다 많아 사람들이 새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외에 코로나19 검사 확대, 학교 정상화 등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2020 미국 대선#트럼프#공화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