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울퉁불퉁 골프코스, 우람해야 살아남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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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늘리고 러프 까다로워지며 드라이버샷 중요성 다시 부각돼
‘벌크업’ 디섐보 장타자로 변신… ‘젊은 람보’ 욘 람 세계1위 등극
김주형도 ‘골프 근육’ 키워 각광

이달 초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 최종 라운드 13번홀(파4). 399야드 길이의 이 홀 티잉 구역에 오른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는 자신의 차례인데도 티샷을 하지 않고 동반자인 트로이 메릿(35·미국)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디섐보는 이 홀에서 원 온을 노리고 있었는데, 앞 조 선수들이 13번홀 그린에서 퍼팅을 하고 있었기 때문. 이번 시즌을 앞두고 20kg 가까이 체중을 불리며 400야드 원 온을 노리는 ‘장타자’가 된 디섐보는 한껏 늘어난 비거리를 앞세워 이 대회에서 약 2년 만에 PGA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쇼트게임(어프로치와 퍼팅)’ 실력 차이가 줄어들자 다시 장타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회 코스가 길어지고 러프가 까다롭게 조성되면서 최대한 멀리 친 뒤 짧은 클럽을 잡아야 러프 탈출이 수월하고 버디, 이글 기회를 잡을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디섐보의 지론은 거리를 늘리기 위해선 스윙 스피드를 높여야 하고, 스윙 스피드를 높이려면 체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침 식사로 달걀 4개와 베이컨 5장 등 하루 평균 3000∼3500Cal의 음식을 섭취했다. 그 결과 90kg이었던 체중을 110kg 가까이 늘렸고, 400야드 원 온을 노리는 장타자로 변신했다.

디섐보가 후천적으로 벌크업을 했다면 20일 끝난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생애 첫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욘 람(26·스페인)은 태생적으로 ‘벌크업’이 된 몸을 지녔다. 키 188cm, 몸무게 100kg의 거구로 별명이 ‘람보’인 람은 자신의 신체적 이점을 활용해 드라이버 샷을 340야드 넘게 보낸다. 타고난 체격을 지닌 람은 PGA투어 진출 후에는 스쾃과 런지 등 꾸준한 운동을 통해 계속적인 벌크업을 하고 있다. 클럽 헤드 스피드를 더 빠르게 하고 골프 스윙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프로 최연소 우승자가 된 김주형(18) 역시 지난해 미국 전지훈련 때부터 피지컬 트레이너를 고용해 일반 웨이트트레이닝과 다른 ‘골프용 피트니스’를 시작했다. 골프용 피트니스는 이틀에 한 번꼴로 60∼90분간 유산소 운동과 근육 운동을 병행하며 하체와 상체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코어 운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결과 김주형의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265야드에서 280야드로, 최대 거리는 290야드에서 320야드로 늘어났다.

여자 선수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효주는 최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10위에 올라 4년 5개월 만에 톱10에 재진입했다. 김효주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집중적인 근력 운동으로 비거리를 늘렸다. 자신감이 커졌고, 전보다 편하게 코스를 공략하게 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미국프로골프(pga)투어#디섐보#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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