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순과 갈등 치유해가는 문화적 해법 돋보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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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올해 10회를 맞는 박경리문학상의 최종 후보자 5명이 22일 발표됐다. 벤 오크리(61·나이지리아), 서정인(84), 윤흥길(78), 조너선 프랜즌(61·미국), 황석영(77) 작가다.

박경리문학상은 ‘토지’의 작가인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국내외 작가들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세계 문학상이다. 올해 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사진)와 함께 권기대 번역가, 김승옥 고려대 명예교수, 이세기 소설가, 유석호 연세대 명예교수, 장경렬 서울대 명예교수(가나다순)로 꾸려졌다.

22일 서울 안국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체험과 사회, 정치, 역사 등의 이데올로기적 큰 틀을 성공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며 “사회 모순과 갈등을 작품 속에서 노출하고 나름의 관점에서 문화적 해결을 향해 나아가려고 한 작가들이 최종 후보자에 올랐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 작가 세 사람이 포함됐다. 박경리문학상은 1회 수상자인 최인훈 작가 이후로는 계속 외국 작가들이 수상해 왔다. 김 위원장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큰 역사적 변화를 겪으며 항일, 독립, 민족주의, 사회주의 등에서 현실 이해와 극복의 열쇠를 찾으려 했던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눈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오크리는 영국 부커상 수상작인 ‘굶주린 길’(1991년)을 포함해 ‘매혹의 노래’(1993년), ‘무한한 풍요’(1998년), ‘마법의 시대’(2014년) 등을 쓴 나이지리아 작가다. 아프리카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 중 하나로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표작 ‘굶주린 길’은 식민 자본주의의 세계와 미개발 상태 원시림의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세계가 동시에 나타나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서정인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나 혼탁한 시대상을 직접 내세우기보다는 날카로운 작가 의식을 통해 우리 사회 여러 모습을 해학과 아이러니의 어조로 그려냈다. 대표작 ‘달궁, 박달막 이야기’(2017년) 등이 있다. “상징, 실존적 시각, 서술의 기교를 통해 역사로부터 탈퇴, 초월하려는 작품을 썼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평가다.

윤흥길은 대표작 ‘장마’(1973년), ‘문신’(2018년) 등에서 6·25전쟁의 비극과 이념 대립, 산업화 과정을 통해 왜곡된 역사 현실과 삶의 부조리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그려냈다. 김 위원장은 “근대화 이전 전통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그대로 노출하면서도 그 밑바닥의 감정적, 근본적 유대를 통한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프랜즌은 ‘인생수정’(2001년), ‘자유’(2010년) 등에서 희극적인 동시에 비극적인 미국 중산계층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서 사회 전체를 조망해 나간다. 현재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손꼽힌다. 환경, 정직의 가치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황석영은 ‘객지’(1971년), ‘삼포 가는 길’(1973년) 등 한국 현대사의 고난과 노동계급의 삶을 끈질기게 형상화해 왔다. 최근작 ‘철도원 삼대’(2020년)도 일제하 근대화와 함께 독립운동, 사회주의 운동의 주된 흐름을 그려냈다. 김 위원장은 “그의 소설에 들어 있는 전체성의 원리는 대체로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약속하는 사상과 운동”이라고 말했다.

수상자는 9월 17일 발표할 예정이다. 시상식은 10월 24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동아일보는 최종 후보자 5명의 작품세계를 차례로 지면에 소개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박경리문학상의 최종 후보자#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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