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마음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모를 때…이 안내서 참고해 치유할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9일 1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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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외롭다. 군중 속의 고독은 일상화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간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텅 빈 마음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현대인에게 가장 큰 병은 마음이 아픈 것이다.

한창수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52)는 20년간 수만 명의 마음을 수리해 온 인물이다. 2018년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을 지냈고, KBS ‘생로병사의 비밀’ 등 많은 방송에 출연해 마음과 정신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해줬다.

그가 최근 발간한 ‘무조건-당신 편’(RH Korea 출판사)은 심적인 고통을 치유하는 안내서다. 넘어진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을 기르는 외상 후 성장 심리학을 다루고 있다. 인생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 느낌을 믿고,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달갑게 여기라고 제안한다. 상처받은 이들이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고 성장하기에 이르는 ‘외상 후 성장’ 과정을 다룬다.

한 교수는 마음의 상처가 있는 이들과 마인드 텔링(Mind-telling)을 진행했다. 마음 속 이야기와 기억 속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확인하고 털어내는 과정이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것 보다 이런 대화의 과정을 거치며 치유하는 과정이 장기적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한 교수는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다고 했다. “생각보다 당신은 정말 잘 살고 있습니다. 노력도 충분히 하고 있고요. 주변 사람이 날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아도 돼요. 그만하면 잘 하고 있어요.”

책에서는 바닥나버린 내 마음의 곳간을 채우고, 세상에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절망감을 해소한 사례를 소개한다. 책 중간 중간에 울분 장애 척도와 우울증 치유법 등 정보도 담았다.

한 교수는 ‘스스로에게 행복을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성공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듯, 사람이 각자 원하는 바도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기준 역시 남들의 모습만 좇다보면 학력, 돈, 승진 등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편해지고 기쁨이 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자고 말이다.

그는 “죽을 것 같은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정을 거치며 인격적으로 성숙해지고 마음이 단단해 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항상 실패할 상황을 대비하라”고도 했다. 선택할 수 있는 인생의 옵션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상황에 따라 방향과 목적을 전환할 수 있어야 삶의 긍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의 실패로 더 좋은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교수는 책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내 안의 상처는 내가 보듬고 가는 것입니다. 내 인생의 깊은 상처에 살을 돋게 해 더욱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죠. 그렇게 되기까지 저는 무조건 당신 편에 서겠습니다.” 그의 따뜻한 위로가 느껴졌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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