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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두방울잔-사이다 향수… 뜨거운 ‘굿즈 마케팅’

입력 2020-07-14 03:00업데이트 2020-07-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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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게 여겨지던 식품브랜드, 뉴트로 열풍타고 2030 인싸템으로
대부분 한정판… 재미로 사서 소장
‘두방울잔’ 2000개 90초만에 완판
곰표 점퍼 등 패션업계와 협업도
왼쪽사진부터 하이트진로 ‘테라홈쏘맥잔’, 칠성사이다 ‘오 드 칠성’ 향수. 각 사 제공
주류업체 하이트진로가 13일 오전 11시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를 통해 내놓은 ‘두방울잔’은 판매 시작 90초 만에 2000개 전량이 매진됐다. 일반 소주잔 모양에 소주 두 병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도록 크기만 키운 제품이다. 앞서 2018년 ‘두방울잔’ 절반 크기인 ‘한방울잔’ 8000개, 이듬해 내놓은 ‘두꺼비 한방울잔’ 2000개에 이은 ‘완판’ 행진이다.

식품업계의 ‘굿즈(goods)’ 마케팅에 불이 붙었다. 이들이 내놓는 굿즈는 대부분 한정판이기 때문에 ‘인싸템’(인사이더의 변형으로 트렌드에 잘 따라가는 사람을 뜻하는 인싸와 아이템을 결합한 신조어)으로 여겨진다. 또 실생활에 유용하기보다는 재미로 구매해 소장하는 경우가 많아 ‘예쁜 쓰레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오래돼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식품업계의 브랜드가 ‘뉴트로’ 열풍을 타고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13일부터 17일까지 매일 각기 다른 굿즈를 오전 같은 시각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요즘 쏘맥 굿즈전’을 진행한다. 술잔뿐만 아니라 ‘테라×진로 러기지택 스티커 세트’ ‘테라 스포츠 타월+진로 두꺼비 슬리퍼 세트’, 두꺼비 피규어 등 기존 주류 제품의 상징을 담았지만 술과는 전혀 무관한 용품들이 많다.

앞서 5월 롯데칠성음료는 70주년 기념으로 사이다향이 나는 향수 ‘오 드 칠성’을 내놓았다. 고급 샴페인의 느낌이 나는 패키지에 사이다를 컵에 따른 후 입에 가져다댔을 때 탄산이 톡톡 튀며 풍기는 익숙한 레몬라임향을 구현했다. 김정두 칠성사이다 브랜드담당 매니저는 “생활 속 가까이 두고 즐기는 오브제로 브랜드와 더 친근해지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상단 왼쪽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양식품 ‘핵불닭볶음면’ 수첩, 대한제분 ‘곰표’ 패딩점퍼, 빙그레 ‘비비빅·생귤탱귤·메로나·붕어싸만코’ 북파우치. 각 사 제공
패션업계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패션몰 포엑스알과 협업해 1952년부터 이어져 온 곰표 브랜드를 입혀 만든 티셔츠와 패딩점퍼 제품이 지난해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히트를 치면서 대한제분은 유통업계의 ‘협업 1순위’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편의점 CU와 협업해 맥주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기반이 됐을 정도다.

빙그레도 지난달 말 1986년부터 판매한 스낵 제품 ‘꽃게랑’의 이미지를 입힌 브랜드 ‘꼬뜨게랑’을 내놨다. 인기 래퍼 지코를 모델로 쓰고, 마치 명품 브랜드 같은 제품 화보 사진과 영상을 만들어 선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어렸을 적 코 묻은 돈으로 과자를 사먹었던 ‘3040’세대에게는 재미있는 향수를, 제품 인지도가 낮은 ‘1020’세대에게는 세련된 브랜드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역설적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체들이 내놓는 굿즈는 컵이나 타월 같은 생활용품과 패션 아이템에서 나아가 학용품, 모바일 메신저용 이모티콘까지 다양하다. 지난달 삼양식품은 인기 제품 ‘불닭볶음면’에서 착안한 캐릭터 ‘호치’의 이미지가 담긴 수첩과 노트, 지우개 등 문구류와 함께 라인 메신저용 이모티콘도 내놨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주로 회사 내에서도 젊은 축인 20, 30대 직원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재미를 위해 돈을 기꺼이 지불하고 이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며 즐기는 MZ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젊은 직원들의 기획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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