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입장문 ‘미공개 초안’이 최강욱 SNS에… 유출 배경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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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법무부 알림’이란 제목으로 “수명자는 따를 의무” 페북 글올려
알고보니 秋가 대변인실 준 초안… 법무부 “장관-대변인실 소통 오류”
초안에 쓰인 軍용어 ‘수명자’ 표현… 법무관 출신 최강욱 사전교감 의혹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작성한 미공개 입장문 초안이 추 장관의 보좌진을 거쳐 여권 인사에게 유출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이 초안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뒤늦게 삭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초안에는 윤 총장을 ‘수명자(受命者·명령을 받는 사람)’라고 지칭하면서 지휘권자(추 장관)와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 대표는 이번 수사지휘권 갈등의 단초가 된 채널A 이모 전 기자의 신라젠 사건 취재와 관련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피고발인이다.

○ 秋 미공개 초안, 친여 인사 SNS에 공개됐다 삭제
법무부는 8일 윤 총장이 추 장관에게 채널A 사건 관련 독립수사본부 구성을 건의한 것에 대해 추 장관의 거부 의사를 밝히며 이날 오후 7시 51분 기자들에게 65자짜리 입장문을 배포했다.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날 오후 9시 55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이라며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추 장관이 직접 작성해 법무부 대변인실에 전달한 입장문 초안이었다. 법무부 실무진은 이 초안의 문구를 수정해 한 줄짜리 최종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그런데 최 대표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초안을 법무부의 공식 발표인 것처럼 페이스북에 인용한 것이다. 최 대표는 “최민희 전 의원 등 다른 사람들이 올린 글을 보고 법무부 입장으로 착각해 글을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전 의원은 법무부 발표 5분 만인 이날 오후 7시 56분 이 초안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 추 장관 보좌진 통해 미공개 초안 유포
초안 유출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9일 오전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 소통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20분 추 장관은 입장문 초안을 작성해 대변인에게 전달했고 20분 뒤 대변인은 이를 고친 수정안을 추 장관에게 보고했다. 당일 추 장관이 휴가 중이었기 때문에 모든 보고는 문자메시지로 이뤄졌다.

추 장관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언론 배포를 승인한 뒤 애초 자신이 쓴 초안과 나중에 실무진이 보완한 수정안이 합쳐져 함께 공개될 것으로 알았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추 장관은 언론 배포 지시 후 장관실 보좌관에게 초안과 수정안을 모두 보냈는데 이 중 초안이 일부 여권 인사들에게 전파됐다.

추 장관이 입장문 초안에 윤 총장을 두고 ‘수명자’라고 표현한 대목과 관련해 최 대표가 추 장관의 메시지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 대표는 윤 총장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을 ‘수명자’라고 지칭하며 오만하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명자는 법무부와 검찰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다. 군인복무규율이나 군사재판에서 종종 등장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10년간 국방부 검찰단 수석검찰관 등 군 법무관으로 일하다가 2005년 소령으로 예편했다.

최 대표는 올해 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법무법인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윤 총장의 지휘를 받은 수사팀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 없이 최 대표를 기소하자 추 장관은 “중대한 하자가 있다. (사건의) 구체적인 지휘권은 지검장에게 있다”며 이 지검장 편을 들었다.

신동진 shine@donga.com·위은지 기자
#수사지휘권#추미애#미공개 입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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