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돈으로 환산해 기업의 발전가능성 높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행복 나눔]
나석권 SK사회적가치연구원장

17일 서울 용산구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에서 나석권 원장이 인터뷰를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7일 서울 용산구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에서 나석권 원장이 인터뷰를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환경 개선, 불평등 완화 같은 사회성과는 숫자로 잡히는 매출과 달라 단순하게 계산해내기 힘든 탓이다.

SK가 출자해 설립한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은 이처럼 측정하기 어려운 기업의 사회성과를 돈으로 환산하고, 그에 맞춰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비영리 연구재단이다. 기업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이곳에 합류한 경제 관료 출신 나석권 원장(54)을 만나 인터뷰했다.

○ 222개 기업의 사회성과 1682억 원
“사회적 가치는 마치 별과 같아요. ‘별에 이만큼 도달했어’라고 수치화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죠. 싱크탱크로서 그 측정 방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나 원장은 CSES가 하고 있는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적기업은 이 사회가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하지만, 시장에서의 보상이 따르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자선을 펼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경영을 지속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회적기업 창업을 망설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CSES는 이런 기업들에 ‘사회성과 인센티브(SPC·Social Progress Credit)’를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운영을 돕는다. 많은 사회적기업이 창업 초기에 자금 부족 등으로 인해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지 못하고 실패하는 가운데, 그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일종의 마중물 성격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일단 데스밸리를 넘기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이후 투자자 유치를 통해 생명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나 원장의 설명이다.

2015년 SPC를 처음 도입한 이후 지난해까지 222개 기업이 참여했다. 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성과측정 지표를 바탕으로 이 기업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가 총 1682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222개 참여 기업에 인센티브 339억 원을 제공했다.

○ 사회성과가 큰 기업이란?
각 기업이 창출해내는 성과를 일률적인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CSES는 △사회서비스 △고용 △사회생태계 △환경의 4가지 영역에서 각 기업이 만들어 낸 성과를 업종에 관계없이 비교할 수 있도록 표준 측정식을 개발했다.

나 원장은 “기업마다 성과를 낸 부분은 다르지만 승수효과가 큰 비즈니스 모델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서비스를 통해 단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여러 부분에서 몇 배에 이르는 변화를 이끌어낼 때 후한 평가를 받게 된다는 뜻이다.

올해 SPC어워드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스타스테크’가 좋은 예다. 이 회사는 바다의 ‘잡식성 기생충’으로 불리는 불가사리에서 원료를 추출해 제설제를 만든다. 양식장에 불가사리가 몰려들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는 불가사리 퇴치 및 소각에 해마다 약 70억 원을 쓴다. 이를 수거해 제설제로 만들면 그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제설제로 널리 쓰이는 염화칼슘은 자동차나 도로에 심각한 부식을 일으키는데, 불가사리를 활용한 제설제에는 이런 단점이 없다. CSES 측은 친환경적이면서 정부의 비용 부담까지 줄이는 참신한 해결책에 좋은 점수를 줬다.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하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가치 평가에 기반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데, 사회적기업이 만들어내는 ‘소셜 임팩트(사회적 영향)’는 해당 기업의 가치 평가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나 원장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측정 기준을 마련한다면 사회적기업들의 투자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오랜 공직 경험, 사회적 가치 연구에 도움
나 원장은 기획재정부에서 25년간 근무한 경제전문가다. 2007년 국제통화기금(IMF)에 파견됐고, 이후 청와대 행정관과 미국 뉴욕 총영사관 재정경제금융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미국 파견 당시 월가에서 목격했던 ‘뉴욕발 혁신’을 한국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 공직세계를 떠나 SK경영경제연구소로 이직했다. 민간 분야로 적을 옮겼지만 그는 “사회적 가치에 관한 연구는 한 기업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공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재부에서 공직자로 근무했던 경험이 현재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CSES 원장으로서 그의 비전은 SPC 참여 기업을 계속 늘리는 것이다. 단지 숫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문제도 풀고, 돈도 버는 기업’이 더 많아지길 바라고 있다. 나 원장은 “해외 유수 대학에선 기업의 성장과 사회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편”이라며 “우리 연구원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들이 학계 연구에 활용돼 SPC의 제도화, 정책화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나석권 sk사회적가치연구원장#사회성과 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