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4개국 중 세번째로 싼 ‘전기요금 현실화’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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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기후변화 대응 중장기 정책 논의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근본적으로 다뤄야 할 중장기 정책 마련에 들어갔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미세먼지 문제 등을 검토하고 정부에 해법을 제안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출범했다. 지역·연령을 안배해 뽑은 500여 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이 전문가와 토론하며 정책을 모색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해 9월 국민정책참여단과 논의해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안과 단기적 석탄발전 감축안 등을 단기 정책으로 정부에 제안했다. 정부는 이 중 상당 부분을 반영해 12월∼이듬해 3월 계절관리제를 시행했다.

이번에 다룰 중장기 정책 역시 같은 절차로 마련된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최근 국민정책참여단에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관련 자료집과 동영상 등을 배포했다. 국민정책참여단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8월 권역별로 각 분야 전문가들과 토론회를 열고, 9월에는 500여 명이 한꺼번에 모이는 대토론회를 통해 중장기 정책을 도출할 예정이다.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으로 다룰 내용은 △자동차 연료가격 조정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등 국가전원믹스 △전기요금 현실화의 세 가지다. 모두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들이다. 민감하지만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꼭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경유차 감축 방안 강구
자동차 연료가격 조정안은 경유차 감축 방안의 일환이다. 경유는 휘발유나 다른 에너지원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그 환경 비용이 가격에 반영이 안 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유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미세먼지를 최대 9.7배 배출하고, 배출가스 자체도 1군 발암물질로 위해성이 높다. 그럼에도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의 88% 수준에 불과하다. 낮은 경유 가격은 국내 차량 중 경유차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이유로 꼽힌다.

국민정책참여단은 유럽연합(EU)이나 미국, 일본의 경유차 감축 정책을 들여다보고 한국에 적합한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경유 가격 인상이나 배출기준 상향 조정 등 제안이 나올 수 있다. 미국은 경유차와 휘발유차의 배출가스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 경유차 출시를 까다롭게 했다. 가격도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비싸다. 프랑스는 2024년까지 경유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을 세웠고, 독일은 여러 도시에서 경유차의 배출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 석탄발전 ↓, 재생에너지 ↑
국가전원믹스 개선은 석탄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정책참여단과 석탄발전을 친환경적 발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해 정책으로 다듬을 계획이다. 구체적인 석탄발전 감축 일정, 재생에너지 육성 방안 등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에너지 발전원 중 석탄발전 비중은 40.4%(2019년)로 가장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석탄발전 평균 비중(25.8%)과 비교해도 의존도가 너무 높다. 석탄발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脫)석탄’ 기조는 확산 추세다. 프랑스는 2022년, 영국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는 2025년까지 탈석탄 사회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를 속속 중단하거나 아예 철회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권의 움직임도 눈여겨보고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늘어 생산단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폐기물 관리 등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원자력발전 축소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 생산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 개선
전기요금 합리화는 생산원가보다도 낮은 현재의 전기요금이 전력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현재 한국의 전기생산 원가 회수율은 93.9%. 전기요금은 물가안정과 산업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원가와 상관없이 저렴하게 유지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34개국 중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로 저렴하다. 미국의 전기요금은 한국보다 18%, 프랑스는 72%, 영국은 89%, 일본은 107%, 독일은 215% 높았다.

한국의 전기소비량은 연평균 1.5%씩 증가하는 추세다. 소비량은 많은데 낮은 가격을 유지하다 보니 현 상황에서 발전 단가가 가장 싼 석탄발전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이런 구조를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정책참여단은 한국과 다른 나라의 전기요금 책정 과정 등을 비교 검토한 뒤 요금 합리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국가기후환경회의#기후변화 대응 중장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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