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항체 혼합 ‘칵테일 요법’으로 코로나19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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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단일항체 투여 때보다 2종 함께 사용했을 때 치료효과↑”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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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될 항체치료제 연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완치 환자에게서 항체 성분을 발굴한 뒤 이를 세포 등으로 대량 생산하는 항체치료제는 다양한 종류의 코로나19 치료제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리제네론은 코로나19 완치 환자로부터 항체를 분리한 다음 이들을 두 종씩 함께 투여하는 ‘칵테일 치료제’가 바이러스 변이를 막을 수 있어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15일 공개했다. 리제네론은 유력한 항체 칵테일 치료제 후보물질을 선정하고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항체치료제 후보물질 임상 나선 리제네론
항체치료제는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항원)에 결합해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를 투여해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는 약이다. 단기적으로 면역력을 형성해 수주간 감염을 막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보통은 항체를 분리해 정제한 단일클론항체를 많이 쓴다. 18일 미국의학협회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단일클론항체는 전체 치료제 임상시험 1117건 가운데 10%인 113건을 차지한다. 항말라리아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조애나 핸슨 리제네론 연구원과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싱가포르 국립감염병센터 연구진은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로부터 수천 종의 항체를 분리한 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를 선별했다. 특히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표면 단백질 중 하나인 ‘스파이크 단백질’의 결합부위(RBD)와 결합하는 항체를 집중적으로 분리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침투할 때 ‘관문’인 인체 세포 표면 단백질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를 인식하는 데 필요한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리제네론은 핸슨 연구원이 발굴한 항체 가운데 8종을 선별해 한 종 또는 두 종씩 ‘칵테일’로 투여해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항체를 한 종만 투여했을 때는 바이러스가 항체를 피하기 위해 변이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핸슨 연구원은 “반면 두 종의 항체를 혼합해 사용하면 바이러스가 항체를 피하기 위해 변이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제네론은 이 같은 실험을 바탕으로 ‘REGN10933’과 ‘REGN10987’ 두 종의 후보물질을 포함하는 칵테일 치료제를 만들어 환자 19명과 밀접 접촉자들을 대상으로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단일클론항체 발굴도 봇물
같은 날 사이언스는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새 단일클론항체를 발굴한 내용을 담은 논문 3편을 함께 소개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와 국제비영리기구인 국제에이즈백신이니셔티브(IAVI),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의대팀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3명에게서 스파이크 단백질의 결합부위와 결합부위 외 부분에 결합하는 항체 2종을 발굴했다. 실험동물인 햄스터에게 항체를 투약하고 바이러스를 주입해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도 마쳤다. 엘리스 랜다이스 IAVI 수석연구원은 “우리의 목표는 치료제가 가장 절실한 저개발 국가에서 이 약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 1월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팀과 미국 코넬대 팀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2개의 새로운 단일클론항체를 발굴했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코로나19가 아닌 사스(SARS·중증호흡기증후군) 회복 환자로부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등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발휘하는 단일클론항체 8종을 발굴했다. 사이언스는 “세 편의 단일클론항체 연구 모두 코로나19 등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효과적인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질병관리본부 국책과제로 항체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4월 중화항체를 선별해 이달 초 족제비(페럿)를 이용한 동물실험까지 마쳤다. 특정 농도에서 폐나 코 등의 검출물 속 바이러스 농도를 100분의 1까지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으며 현재 영장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7월 중 임상시험용 항체치료제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코로나19#항체치료제#칵테일 요법#리제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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