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스루 → 워크스루… 세계가 놀란 ‘K방역’의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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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된 해외 입국자 전용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서 한 입국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올 4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된 해외 입국자 전용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서 한 입국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격적인 대응으로 팬데믹(대유행)에서 하나의 모범을 세웠다.”

올해 3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은 대규모 진단검사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대중에게 투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결과 성과를 얻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3월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폭증하기 시작하자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많은 나라들이 궁금해한 건 “한국은 어떻게 빠른 시간 내에 대량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비결은 다양한 방식의 선별진료소 운영과 빠른 진단키트 도입에 있었다.

○ 독창적인 검체 채취 방식
국내에서 선별진료소가 처음 운영된 건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였다. 메르스 유행이 한창이던 2015년 6월 8일 당시 정부는 전국 535개 응급실 중 236곳을 선별진료소로 지정해 운영했다. 메르스를 겪으며 신종 감염병에 대한 체계를 정비한 게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큰 도움이 됐다. 올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확인되자 정부는 일주일 만인 같은 달 27일 전국에 선별진료소 257개를 가동했다. 의료기관에 선별진료소 설치를 지속적으로 독려한 결과 2월 8일 전국에 선별진료소 554개가 들어섰다. 선별진료소를 가동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달 9일 기준으로 전국에 선별진료소 615개가 운영되고 있다.

올 2월 말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드라이브스루’나 ‘워크스루’ 같은 혁신적인 선별진료소가 등장했다. 코로나19 의심환자가 차를 타고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스루는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의 주치의였던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2월 23일 경북 칠곡경북대병원에 처음 적용된 뒤 점차 늘어 9일 기준 전국 52곳에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3월엔 드라이브스루를 응용한 워크스루도 나왔다. 워크스루(도보 이동형 검사법)는 의심환자가 공중전화 박스 모양의 검사실에 들어가면 의료진이 장갑이 달린 구멍을 통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 이를 통해 의심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바람이 부는 개방 공간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오픈 워크스루’로 진화했다. 인천공항은 3월 말부터 오픈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발 빠르게 진단검사 키트를 사용 승인한 것도 주효했다. 이달 8일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코로나19 진단검사는 약 194만 건. 2월 4일 코젠바이오텍의 진단키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종류의 진단키트가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 4월엔 10명의 검체를 한 번에 검사하는 풀링 검사법(취합 검사법)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하루 검사 가능량이 1월 말 약 3000건에서 최근 3만4000건 수준으로 11배로 늘었다.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확진자가 발생한 이달 2일에는 하루에만 5만3790건의 진단검사가 이뤄졌다.

○ ‘K방역모델’ 국제표준화 추진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모범 방역국으로 주목받으면서 각국으로부터 선별진료소 운영 방식이나 신속한 대량 진단검사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 특히 한국이 독창적으로 개발한 드라이브스루와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운영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이 드라이브스루를 도입했고 미국, 이스라엘, 인도는 워크스루를 도입했다.

정부는 △검사·확진 △역학·추적 △격리·치료로 이어지는 감염병 대응 절차를 ‘K방역모델’로 체계화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표준안은 올 4월 ISO에 이미 신규 표준안을 제출했다.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운영 절차에 대한 표준안도 이달 초 제안했다. 이기일 중앙사고수습본부 건강보험지원반장은 “K방역모델 국제표준화 작업을 통해 많은 국가에서 이를 참고해 방역에 도움이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k방역#드라이브스루#워크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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