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매 앗아간 ‘어린이날 火魔’

제주=임재영 기자 입력 2020-05-06 03:00수정 2020-05-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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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빌라서 새벽 화재… 3, 4세 두딸 포함 일가족 4명 숨져
소방대원 현장 진입땐 이미 불 꺼져… 경찰, 주방 가스레인지서 발화 추정
어린이날인 5일 제주 서귀포시의 한 빌라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A 씨(39)와 부인 B 씨(35), 두 딸(3, 4세) 등 일가족 4명이 모두 숨졌다. 경찰과 소방대원은 합동조사반을 편성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서귀포=뉴스1
어린이날인 5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의 한 빌라에서 불이 나 어린이 2명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주방 가스레인지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3시 52분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빌라 환풍구에서 연기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난다는 주민 신고가 소방서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4층 빌라의 3층에 있는 A 씨(39)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소방대원들이 들어갔을 때 불은 이미 꺼진 상태였지만 집 안에는 열기와 연기가 가득했다고 한다. 소방대원들은 안방에 누운 채로 있던 A 씨와 부인(35) 그리고 3, 4세의 두 딸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모두 숨졌다. 4명은 모두 온몸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빌라 환풍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연기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빌라 주민 몇 명이 밖으로 나와 집집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했는데 A 씨 집에서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소방대원들이 곧장 3층의 A 씨 집으로 올라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매캐한 연기가 문 밖으로 흘러나왔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창문과 현관문 등 문이 모두 닫혀 있는 상태에서 집 안에 불이 나면 시간이 지나면서 산소가 모자라 불이 저절로 꺼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외부에서는 화재 여부를 알기가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이 들어갔을 때 A 씨 집 창문은 모두 닫혀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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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 집 안은 천장과 벽 일부가 불에 탄 상태였다. 안방에서는 이불 등이 불에 탄 상태로 발견됐다. 어린 자매가 거실에서 타고 놀았을 것으로 보이는 그네와 미끄럼틀 등은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주방에 있는 4인용 식탁과 의자도 비교적 깨끗했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가스레인지에는 뚜껑이 열린 냄비가 놓여 있었다.

이번 화재로 숨진 A 씨의 두 딸은 평소 이웃 주민들로부터 귀여움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아이들이 너무 예뻤다. 배꼽인사를 할 때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면서 “어린이날에 이런 일을 당하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소방대원의 품에 안겨 병원으로 가던 모습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1차 현장 감식 결과 방화의 흔적이나 (화재의 원인이 됐을) 외부적 요소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소방대원들이 들어갔을 당시 집 안에 화염은 없었고 연기가 가득했다. 사망자들의 시신에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6일 숨진 일가족 4명에 대한 부검을 하기로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조사반을 꾸렸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어린이날#제주 빌라#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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