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예약 성공해 탔더니 사람들 눈초리가…장애인 저상버스 동행해보니

김예윤기자 입력 2019-04-28 17:15수정 2019-04-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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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저상버스에 오르려 하고 있다. ‘탑승 전 예약 시스템’으로 예약한 버스가 인도 가까이 정차했지만 처음에는 경사판이 가로수에 가로막혀 바로 탈 수 없었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25일 오후 5시 경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서울신문사 앞 정류장.

본보 기자는 휠체어를 타는 허종 씨(41), 활동지원가 서영화 씨(34)와 함께 ‘저상시내버스 탑승 전 전화예약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대기했다. 허 씨는 뇌병변장애를 앓아 의사소통과 거동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1일부터 휠체어를 타는 교통약자를 위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저상버스는 교통약자가 휠체어로 쉽게 버스에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돼 있다.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 정류장에서 네이버 지도앱으로 도착예정 버스를 확인한 후 해당 운수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원하는 버스를 예약하면 된다.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버스정보시스템으로 정류소에 도착 예정인 저상버스 3대에 단말기로 예약 상황을 전송한다. 시는 “운전기사가 교통약자가 기다리는 것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승차 시간과 배차 간격 예측을 위해 반드시 정류소에 도착한 후 예약해야 하며 정류소 명칭과 노선번호, 도착지가 불확실하면 접수가 거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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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예약 시스템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정류장에 정차하는 저상버스 중 101번 버스의 운수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연결은 됐지만 잠시 후 “서비스센터 업무시간 종료로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음성만 흘러나왔다. 해당 서비스는 평일 출퇴근 시간대(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를 제외하고 모든 시간에 이용 가능하다고 안내되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1시간 남짓 남았지만 서비스가 연결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이어 150번 저상버스는 예약에 성공했다. 다만 예약이 되면 운수회사가 버스 단말기에 메시지를 전송한다는 설명과 달리 운수회사가 버스기사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운수회사 관계자는 “단말기 메시지 전송은 기사가 못 볼 수 있어 지금 (그 곳에) 도착 예정인 저상버스에 전화로 말 하겠다”고 설명했다.

연락을 받은 버스는 인도에 경사판이 연결될 수 있도록 보도 블럭 가까이로 버스를 댔다. 하지만 버스 경사판이 있는 출입문이 보도블럭 가로수 앞에 대어져 휠체어가 올라갈 공간이 없었다. 서 씨가 “조금만 위치를 앞으로 이동해달라”고 다시 부탁한 뒤에야 통로가 확보됐다.

버스기사 A 씨는 “잘 탔느냐”며 하차 위치를 확인했다. 내릴 때 다시 버스를 보도블럭 가까이 대기 위해서다. 종로5가 정류소에 하차할 때는 버스기사가 함께 내려 허 씨가 완전히 내렸는지를 점검했다. 허 씨는 “이 기사 분은 정말 친절하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의사를 표현했다. A 씨는 “기존에는 휠체어가 잘 안보여서 의도치 않게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예약을 받으니 미리 버스를 가까이 대고 신경 쓸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버스를 잡는 것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종로 5가에서 서울시청으로 다시 돌아오는 버스에는 노란색 커버가 씌어진 교통약자용 지정좌석 4개 모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지정좌석은 접이식 의자 형태로 휠체어가 들어설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의자다. 허 씨의 휠체어가 가까이 다가섰지만 앉아있던 중년 여성은 금방 일어서지 않았다. 기자와 서 씨가 함께 다가서자 휠체어를 흘끗거리다 뒤늦게 자리를 비켰다. 서 씨는 “버스 안이 조금만 혼잡해도 사람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다. 시민들의 따뜻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씨는 “버스는 이용에 어려움이 너무 많아 거의 이용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는) 시도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 씨는 “장애인의 경우 말투가 어눌해 전화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문자 예약 서비스가 가능하면 더 좋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정류장에 휠체어 장애인이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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